‘와이파이용 스마트폰 매입합니다.’ 올해 9월 박모(30)씨는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장터’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를 본 김모(18)군은 박씨에게 판매 의사를 전했고, 이들은 서울 미아동에서 만나 갤럭시S5를 21만원에 거래했다. 평범한 스마트폰 거래로 보이지만 이들은 한 달 뒤 경찰에 붙잡혔다. 김군은 절도, 박씨는 장물 취득 혐의였다. 장물을 거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와이파이용 스마트폰’은 도난, 분실된 물품으로 통한다. 통신 추적을 피하기 위해 유심(Usimㆍ가입자 식별 모듈)칩을 제거하면 와이파이로만 기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역, 터미널 주변 등 특정 장소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던 장물 휴대폰 거래가 스마트폰 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8월부터 석 달간 스마트폰 강ㆍ절도 및 장물 거래 집중단속을 벌여 8명을 구속하는 등 모두 63명을 붙잡았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파키스탄인 B(49ㆍ구속)씨와 내국인 박씨 등 6명(불구속 입건)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 중순까지 다수의 앱을 통해 장물 휴대폰을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김군 등 7명(구속)과 불구속 입건된 김모(29)씨 등 49명(불구속 입건)은 휴대폰을 PC방, 클럽에서 훔치거나 택시 뒷좌석에서 주워 판매한 혐의다. 관악서는 이런 무더기 검거로 올해 형사활동평가에서 서울 31개 경찰서 중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훔친 스마트폰을 팔고 산 사람들이 대거 적발됐지만 거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날 한국일보 확인결과 ‘○○장터’ ‘○톡’ 등 다수의 중고장터, 실시간 채팅 앱에서 ‘와이파이용 스마트폰 삽니다’ ‘사연 있는 폰(불법으로 취득한 휴대폰) 구매합니다’ 등 장물 거래를 암시하는 글이 여전히 게시돼 있었다.
앱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장물 거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앱의 익명성 탓에 단속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채팅, 중고거래 앱 상당수가 가입 때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아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연락처가 있더라도 대부분 대포폰이어서 추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영장을 신청해 통신내용 등을 들여다 보려면 나흘 정도가 걸리지만 앱들은 통신내용을 저장하지 않거나 저장기간이 2~3일에 불과해 추적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앱 개발사는 지속적인 경고 메시지로 장물 거래가 명백한 범죄라는 것을 알리고, 수사당국은 처벌을 강화해 범죄 유인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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