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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의존도 커지는 순간 벗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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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의존도 커지는 순간 벗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입력
2014.12.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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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수석실 역할·기능에 문제… 측근·친인척 간 파워게임 불거져"

"부단한 감찰로 폐해 경계하고 막후 아닌 소통의 리더십 중요"

역대 정권은 민정수석실을 항상 대통령이 신뢰하는 인물로 채웠다. 민심을 파악하는 본연의 역할과 대통령 측근, 친인척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일의 민감성 때문이다. 역대 정권은 또 부패, 비리와 거리를 두는 첫 조치로 민정수석실의 역할을 강화했다. 김영삼(YS)정부는 총무수석실의 친인척 관리 기능을 민정수석실로 넘겨 기능을 확대했고, 김대중(DJ) 정부 역시 옷로비 의혹사건 이후 민정수석실을 확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민정수석실 산하에 고위공직자와 친인척의 정보를 수집하는 '특별감찰반'을 설치했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이번 정윤회씨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사건을 통해 다시 한계를 드러냈다. 역대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대통령의 촉수로 일한 인사들은 제 기능을 상실한 청와대의 시스템이 초래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 뒤 “우리 때는 달랐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에 응한 역대 정부 민정수석 또는 비서관들은 정권마다 측근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 당선이라는 큰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고, 이들을 권력 주변에 배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란 얘기다. 대통령 입장에서 측근에게 조언을 구하며 공식 라인의 정보를 재확인하는 순기능도 있다. DJ 정권 법무비서관을 지낸 박주선 의원은 “하지만 비선은 사적 관계에서 파생돼 국정을 농단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며 “대통령이 비선을 인정하고 의지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의혹 사건은 측근과 친인척을 감시해야 할 민정수석실이 오히려 친인척인 박지만 EG회장과 결합해 비선 의혹을 받는 다른 측근들과 대립한 것으로 점차 드러나고 있다. 측근, 인척과의 긴장관계가 깨지고 오히려 이들의 대립구도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편을 든 격이 된 것이다. 이는 민정수석실은 아니지만 이명박(MB) 정부 때 총리실의 박영준 전 국무차장과 이상득 전 의원이 하나의 축으로 정두언 의원과 대립했던 것과 닮아 있다.

측근, 친인척 간 파워게임이 불거지는 것은 민정수석실의 역할과 기능이 무뎌진 때문이란 비판이 지배적이다. YS정부 비서실장을 지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언론에 “민정수석실에서 어설픈 정보를 검증하지 않고 문건을 작성해 비서실장에게 보고하곤 했는데 그런 관행이 아직까지 있다는 게 유감”이라고 능력 문제를 거론했다. 이호철 참여정부 당시 민정비서관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파워게임 대상이 된 인사의 경우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아래에서 올라오는 추천과 검증의 과정이 명확하지 못해 잡음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참여정부는 인사추천위원회를 두어 인사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 등이 한 위원회에서 논의했다”며 “(교차)검증을 거치면 갈등이 없는데 (현 정부가 하는)지금 인사의 경우 어디서 하는지 잘 안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역시 코드인사 의혹과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임명 논란으로 당시 인사추천위원이었던 박정규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이 경질된 점으로 미루어 보면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친인척과 측근 간 대결로 시끄러웠던 MB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전 법무장관은 “최고 권력자의 스타일과 시대적 상황 등에 따라 비선라인이 생기는 배경이 다양해 어떤 등식이 있다고 꼬집어 말할 수 없다"며 대통령의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 민정수석을 한 문재인 의원도 청와대 비서실의 중요 기능이 마비된 1차 책임으로 박 대통령을 지목했다. 대통령이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주선 의원 역시 “측근 암투의 경우 민정수석실이 부단한 감찰로 폐해를 지적해야 하지만 결국 의혹을 방지하는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것이 민정수석실 고유의 업무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내 다른 부서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MB정부에서 정무ㆍ홍보수석을 지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MB때는 대통령을 허심탄회하게 만나 얘기하고 수시로 관계자들과 토론했다”며 정무와 홍보라인의 역할을 거론했다. YS정부에서 민정ㆍ사정 비서관을 지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홍보라인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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