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근 문제가 된 청와대 문건의 작성 및 유출 배후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중심이 된 7인 모임으로 지목하는 특별감찰 내용을 검찰에 통보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라는 익명의 이름으로 보도되고 있는 내용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11일 조 전 비서관과 가까운 오모 청와대행정관을 대상으로 한 유출 문건의 출처 조사에서 “조 전 비서관의 이름이 나온 것까지 확인됐다”고 브리핑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달 말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이 보도되자 청와대나 박 대통령이 ‘찌라시’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했을 때 “문건의 신빙성이 6할 이상”이라며 비선 조직의 국정농단 가능성에 힘을 실었던 인물이다. 청와대가 이런 조 전 비서관을 청와대 문건 확산의 중심지로 파악하고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여러모로 의심스런 대목이 적지 않다. 더욱이 조 전 비서관과 청와대, 국정원, 대검의 전 간부ㆍ직원으로 이루어졌다는 7인 모임에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의 측근인 전모씨까지 끼어있다는 걸로 봐서 대통령 주변의 대립과 충돌 구도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혹은 어떻게 몰아가고 있는지 능히 짐작된다.
그러나 우선 특별감찰 당사자였던 오 행정관은 청와대 감찰이 조 전 비서관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다분했다고 했으며, 감찰 내용에 대해 서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의 간여는 물론 7인 모임까지 “청와대의 조작물”이라며 특별감찰 내용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당사자가 부인하는, 시인하지 않는 특별감찰 내용이 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것은 ‘특정한 의도, 시나리오를 가진 여론몰이’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은 물론 측근그룹인 정윤회씨와 청와대 부속실 3인방 대 박 대통령 동생인 지만씨 그룹 간의 충돌 구도까지 얽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청와대까지 간계(奸計)를 사용하는 듯한 분위기는 혼탁상을 더하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이른바 권력의 핵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암투가 과연 청와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검찰 수사로 속 시원히 가려질 수 있는지도 회의적이다. 검찰이 어제 청와대의 특별감찰 내용을 수사의 후순위로 돌리는 분위기로 보면 판을 빤히 읽고 속도조절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비선 조직의 국정개입 의혹이 대통령의 측근과 동생까지 개입된 권력 투쟁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이 상황을 타개하는 길은 인적 쇄신과 실체적 진실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터무니 없는 얘기’로 치부해서 해소될 일이 아닌 게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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