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 두 권 동시에 펴낸 정인경씨
동양과 서양, 한국과 세계를 횡단하는 큰 그림으로 과학사를 서술하는 책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보스포루스 과학사’와 ‘뉴턴의 무정한 세계’에서 그런 시도를 보여준 저자 정인경(51)씨는 한국의 과학교육 현실이 문제라고 말한다. “과학은 물리ㆍ화학ㆍ생물 등으로 갈라서, 과학사는 한국ㆍ서양ㆍ동양ㆍ중국과학사로 쪼개서 그것도 이론사와 사회사로 나눠서 가르치고 연구하다 보니 통합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권이 공교롭게 동시 출간됐다. ‘보스포루스…’는 3년 전 여름, ‘뉴턴의…’는 지난해 여름 원고를 넘겼으나 출판이 늦어지면서 겹쳤다.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교사와 일반인을 상대로 강연을 많이 해본 그는 “중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을 써달라”는 게 교사들의 ‘절박한’ 요구였다고 전한다. 그래서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 ‘한국인에 맞는, 한국인을 위한 과학사를 쓰자’는 것도 목표였다. 과학이 한국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려주려는 노력은 ‘뉴턴의…’에서 특히 뚜렷하다.
“과학의 발전은 곧 행복이고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라는, 성역처럼 자리잡은 인식을 깨뜨리고 싶었다“는 그는 과학책을 읽으면서 절절하게 가슴이 아플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보스포루스…’에서 ‘과학기술은 어떻게 제국주의에 봉사했나’를 따로 다루고, ‘뉴턴의…’에서 식민지 조선이 근대과학에 ‘부당하게’ 입은 상처를 그린 것은 그래서다. 덕분에 과학사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사람 냄새와 삶의 풍경이 담긴 책이 되었다.
그가 의도한 바는 ‘뉴턴의…’를 끝마치는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는 왜 세계의 불평등에 분노하지 않는가. 좋은 과학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과학을 왜 공부하고 과학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를 나에게 묻는다면,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라고 말하려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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