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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편지 한 통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입력
2014.12.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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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창설 이끈 캠페인, 도움 절실한 이들에 응원과 지지

'편지 한 통의 기적' 캠페인에 참가한 시민들이 인권침해 피해자를 위해 편지를 쓰고 있다. 국제엠네스티 제공.
'편지 한 통의 기적' 캠페인에 참가한 시민들이 인권침해 피해자를 위해 편지를 쓰고 있다. 국제엠네스티 제공.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주(州)는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중남미 난민들이 몰리는 곳이다. 마약 폭력조직은 이들의 돈을 뜯고 살해하기도 한다. 난민들의 쉼터를 운영하는 알레한드로 솔라린데(67) 신부도 폭력에 시달려왔다. 2010년 8월 난민 72명이 폭력조직에 잡혀 잔인하게 처형되자 솔라린데 신부는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에 도움을 요청했고, 전세계 5만5,000여명이 신부에게 지지와 연대의 편지를 보냈다. 세계적인 관심에 부담을 느낀 멕시코 정부는 결국 신부에게 경호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어느 나라보다 많은 1만여명이 편지를 보냈다. ‘편지 한 통의 기적’ 캠페인이 거둔 성과다.

매년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지지와 응원의 편지를 보내온 이 캠페인은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 중이다. 국제앰네스티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기념해 12월 한 달간 각국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해 행사는 역대 최대규모로, 140여개국에 편지 230만통을 보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는 12일까지 목표치의 88%(4만2,000통 중 3만7,000통)를 돌파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올해 캠페인을 통해 ‘위키리크스’에 군사기밀을 넘겼다는 이유로 징역 35년을 선고 받은 미군 첼시 매닝 일병의 석방 등 7개 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 중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음콘도 지역 임산부들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 집시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행을 당하는 그리스인들을 보호하라는 요구사항도 포함됐다.

남아공 임산부들을 위해 편지를 쓴 양은선(33ㆍ여)씨는 “2년 전 딸을 임신했을 때 ‘아이의 손발은 잘 자라고 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걱정하다가도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면 안심할 수 있었다”며 “산전진료를 못 받는 남아공 산모들을 위해 펜을 들었다”고 말했다.

‘편지 한 통의 기적’은 국제앰네스티를 대표하는 캠페인이다. 1961년 포르투갈에서 정치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수감되자 영국의 피터 베넨슨 변호사가 “포르투갈 정부에 항의 편지를 보내자”는 신문 기고를 실은 것에서 비롯됐다. 이는 국제앰네스티의 창설 계기가 됐다.

캠페인은 지금껏 크고 작은 기적을 만들었다. 과테말라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15세 소녀의 사연이 10여년이 지난 2012년 알려지면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편지 수십만통이 쏟아졌다. 과테말라 정부는 사건을 재조사하고 여성폭력문제 전담 특별부서도 설치했다. 국제앰네스티 관계자는 “해당국가의 언어로 번역해 보내지 않아도 편지가 모여 수백, 수천 통이 되면 인권 침해를 당하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동시에 가해자나 가해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며 “올해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기적을 만들어 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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