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무리를 했더니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왔다. 기운이 없고 팔다리가 쑤시듯 온몸이 결리고 오한까지 들기 시작했다. 몸살이 난 것이다. 몸살은 번번이 제대로 찾아와 내 심신을 쥐락펴락한다. 몸에 그야말로 살(煞)이라도 낀 듯, 모질고 독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 마음처럼 몸을 가누기 힘들다. 몸살이 난 몸으로 몸을 걱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 몇 달 동안 강행군을 계속했던 내 몸을 떠올리니 지금의 내 상태가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몇 달 동안 매달렸던 일이 끝나자마자 이렇게 몸이 내려앉을 수 있단 말인가. 돌이켜보니 긴장이 풀리면 기다렸다는 듯 몸살이 찾아왔었다. 아플 때만큼 몸과 마음이 가까워지는 때가 또 있을까. 몸과 마음이 입이라도 맞춘 듯 거짓말하지 못하는 때가 또 있을까. 부대끼면서 사람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사람의 마음이 견딜 수 있는 것을 가늠하게 해주는 때가 또 있을까. 비슷한 맥락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도 심한 몸살이 찾아 든다. 몸이 마음을 대신해 울부짖는 것이다. 내 마음이 상대의 몸을 그리며 찢어질 듯 아픈 것이다. 그리움이 살갗에, 뼈마디에 사무치는 것이다.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나면 그때도 또한 몸살이 찾아온다. 몸이 마음을 대신해 욕망하는 것이다. 마음이 말하지 못하니 몸이 말하는 것이다. 몸이야말로 정직하다는 사실을, 몸살을 앓으면서 알게 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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