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ㆍ미술 등 전공 살린 사회봉사...실질적 도움에 재미까지
영하의 날씨에 외투가 두꺼워지는 겨울이지만 꽃이 만발하고 꿀벌과 새들이 날아다니는 장소가 있다. 70명의 LG전자 임직원들이 평일 봉사휴가 제도를 활용, 지난달 초 손으로 직접 벽화를 그려 넣은 서울 은평구 역촌동의 한 골목길이 그 곳이다. 올해 초 LG전자가 안전행정부와 맺은 ‘안전문화 사회공헌활동’ 협약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작품이다. 좁고 어두웠던 골목길은 이 벽화 덕분에 밝고 친근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특히 역이 있었던 역촌동의 옛 유래를 반영, 다양한 말의 모습을 그려 넣으면서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벽화 작업에 참여했던 정지연 LG전자 대리는 “아무것도 없었던 빈 벽이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화사해지면서 따뜻한 이미지를 주는 곳으로 바뀐 것처럼 앞으로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곳에 LG전자 임직원들의 손길이 닿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사회공헌활동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출발한다. 단순한 선심성 행사에 기반한 일방적 기부를 넘어서 실질적인 도움과 함께 재미까지 더해준다.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라이프스 굿 봉사단’에서부터 실버 세대를 위한 온정(On精) 캠페인과 과학교실 등 종류도 다양하다.
2010년부터 운영 중인 ‘라이프스 굿 봉사단’은 LG전자의 대표적인 재능기부 활동이다. 임직원들이 팀을 이뤄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는 이 봉사단에선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언어와 수학, 미술 교육 및 장애인들의 사회적응훈련 등 자신의 전공을 살린 재능기부를 실천한다. 올해 초 5기를 출범시킨 이 봉사단에선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17개팀에 1,563명이 활동하고 있다. 봉사단에겐 교통비와 활동비, 교재비 등 책정된 예산에 따라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된다. 봉사단 가운데 ‘미래의 빛’팀은 지난 달 마포의 초록리본 도서관에서 ‘하루 기부 카페’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초록리본 도서관은 아동 청소년 전문 사회복지 비영리 기구인 ‘러빙핸즈’에서 불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도서 카페다. 미래의 빛 봉사팀은 마포의 초록리본 도서관을 이용한 청소년들과 함께 ▦보드게임 대회 ▦발광다이오드(LED) 손전등 기기를 활용한 빛과 관련된 과학교실 ▦진로 등을 상담해주는 손전등 산책 활동을 벌였다. 이 팀의 일원인 박선정 LG전자 주임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하루 기부 카페를 찾아줘서 기쁘고 뿌듯했다”며 “앞으로 ‘라이프스 굿’ 봉사단원으로서 행복 나눔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소속 디자이너들도 재능 나눔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이너들의 주도로 한 부모 가정을 위한 ‘사랑을 그린 티셔츠’를 선물했다.
이날 제작된‘사랑을 그린 티셔츠’는 LG전자 디자이너들이 구세군협회 미혼모 보호시설인 두리홈의 한 부모 가정 100여명에게 전달됐다. 가족의 행복한 순간을 담은 캐리커쳐 시셔츠와 가족 사진 앨범도 특별 제작, 주어졌다. 이를 위해 LG전자 디자이너들은 사전에 입수된 정보를 토대로 나이와 성별, 원하는 그림, 티셔츠 색상 및 치수 등까지 고려해 티셔츠 제작에 활용했다.
LG전자는 또 올해부터 사회적 약자인 노인이나 장애인과 다문화 가정 등을 위해 ‘온정 캠페인’의 일환으로 ‘스마트한 어르신’ 활동도 새롭게 시작했다. 스마트한 어르신은 만 60세 이상의 노년층이 스마트폰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돕는 교육 캠페인이다. 올해 5월말 ‘실버세대를 위한 맞춤형 스마트폰 활용법’으로 무료 발간한 전자책도 노인들의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을 돕기 위해 제작됐다. 사전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카메라 촬영법과 사진 편집기능, 응용 소프트웨어(앱) 설치 및 사용법, 가족 및 친구를 포함한 지인들과의 메신저 대화 법 등이 전자책에 자세하게 소개됐다. 이 전자책에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법을 전한 ‘안전디딤돌’과 ‘스마트 안전귀가’, ‘치매 체크’ 등 노년층에 유용한 앱 정보도 담았다. 이 전자책은 교보문고 온라인 사이트에서 공짜로 내려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LG전자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연구원들이 직접 강의를 진행하는 ‘주니어 과학교실’도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교실은 LG전자 직원이 사업장 주변의 초, 중학교 및 사회복지시설을 방문, 학생들에게 실험을 통해 과학 원리 등을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S) 사업본부 소속 직원 20명은 지난 1~2일 사이 경기 광명시 ‘하얀 복지관’과 서울 강서구의 ‘등촌 복지관’을 찾아 학생들에게 주니어 과학교실을 열었다. 이날은 ▦작용-반작용 및 관성의 법칙, ▦마찰력의 원리, ▦졸음 방지용 안경 등에 사용된 안정공학 기술 등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소외계층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재능 기부 활동에 대한 반응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재능 기부 활동의 영역과 대상을 더 확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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