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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마침내 입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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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마침내 입 열까

입력
2014.1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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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여 증거 없어 검찰 조사 어렵지만 "정씨 거짓말 계속 땐 가만 안 있어"

박지만 EG 회장
박지만 EG 회장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정윤회(59)씨가 10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또 다른 ‘비선 실세’의 검찰 출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56) EG 회장이다. ‘정윤회 문건’ 파문이 결국 두 사람의 막후 권력투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박 회장이 그 동안의 침묵을 깰 경우 검찰 수사가 어디로 튈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현 시점에서 박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를 예단할 순 없다. 문건 작성이든 유출이든 박 회장이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단지 정씨와 박 회장의 ‘권력암투설’이 떠돈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이 현직 대통령의 동생을 무작정 참고인으로 부르긴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의 개입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 작성 및 유출의 배후로 이른바 ‘7인 모임’을 지목했다.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필두로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48) 경정, 박 회장의 비서 출신 전모씨가 여기에 포함돼 있다. 해당 인사 7명은 모두 모임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최근 청와대로부터 이와 관련한 감찰 결과를 넘겨받아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박 회장이 정윤회 문건이 보도된 직후, 주변에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본보 8일자 2면)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문건에 담긴 정씨 동향을 마치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뉘앙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정씨가 박 회장에 대한 미행을 사주했다는 시사저널 보도 관련 명예훼손 사건이 검찰에 계류돼 있는 것도 박 회장의 검찰 출석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가 정윤회 문건 진위 여부도 수사 중인 데다, 정씨도 검찰에 “박 회장과 대질시켜 (미행 의혹) 문제를 끝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행 사건’과 ‘문건 사태’는 별개 사건이지만 두 사람 간 갈등관계에 따라 미묘하게 얽혀 있는 만큼, 검찰이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규명하겠다고 한다면 박 회장에게 출석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미행 사건과 관련, 당초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 나가서 정씨의 전횡을 밝힐 것”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청와대와 주변의 만류로 뜻을 굽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지인들에게 “정씨가 (미행설에 대해) 거짓말을 계속 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밝혀 상황이 또 바뀌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에 대해 소환을 계획하지도 않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조사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수사 상황에 따라 박 회장이 검찰에 나와 정씨와 ‘정면 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감한 듯 박 회장은 지난 대선 직전, “누나가 대통령이 된다면 두 번째로 대통령의 가족이 된다. 나와 내 가족의 사적인 삶은 없어지는 것”이라는 심경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과 친분이 깊은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을 전한 뒤 “그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최근엔 ‘가만있는 사람을 왜 자꾸 끌어들이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정씨가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을 요청한 데 대해 “참으로 가당치도 않다. 적어도 대통령 동생을 끌어들여야 자신의 급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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