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유신독재" "비선의혹 정국 덮으려는 술수"
이재오, 당정 겨냥 폭탄 발언
야권과 개헌 공동전선 구축 관측도, 지도부 전화 불구 파열음 지속될 듯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성과물로 자랑하는 자원외교에 대해 여야가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하자 새누리당 친이계(친 이명박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과 ‘빅딜’을 한 게 아니냐는 성토와 함께 ‘비선 실세’ 파문으로 위기국면에 빠진 여권이 정국 전환카드로 빼든 정치적 술수라는 비판이다. 내분 사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당 지도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파열음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재오 의원은 대통령 향해 ‘유신권력’ 비판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유신독재’로 비유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날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열린 ‘권력구조 개편과 헌법개정’토론회에 참석해 “박근혜 정부 들어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빗나가고 있는 게 많다”며 “현 정권이 박정희 정권에 대한 향수, 그 중에서도 유신 독재 권력에 대한 향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자원외교를 국정조사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내비쳤다.
이 의원이 여권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한 것은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대한 친이계의 반발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토론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현 정권이 정윤회 사건, 십상시 사건이라는 위기를 넘기기 위해 지난 정권을 딛고 가려 하는 게 아니냐”며 “지난 정권을 재물로 삼아 자기네들 정권 위기 돌파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양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미래를 내다보고 가지 못한다”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책을 바꾸거나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친노 좌장인 이해찬 의원이 마련한 개헌 모임에서 폭탄 발언을 쏟아낸 것을 두고 친이계가 향후 개헌 논의 국면에서 야권과 공동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통령과 친이계 인사들이 오는 18일 회동을 계획하고 있어 이 자리에서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송년회 겸 이 전 대통령의 생일 겸 측근들이 모일 예정”이라며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결정되기 이전에 예정된 자리”라고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통령이 “잘 못한 게 없는데 (국조에) 못 나갈 이유가 뭐 있나”라고 언급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이 의원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與 지도부 “MB정권 겨냥 아니다” 진화
친이계의 반발이 확산되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이명박 정권에 국한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개혁을 빠른 시일 내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여당으로선 당내 친이계의 반발과 야당의 요구 사이에서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당장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도)책임질 게 있다면 (증인으로)나와 증언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우윤근 원내대표 역시 “다음 지도부 회동에서 4대강 국정조사 실시도 주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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