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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미끼로 "계좌 빌려 주면 하루 10만원" 유혹

입력
2014.1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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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업체 사칭 구인광고 낸 후 지원서 적힌 개인정보로 접근

"부유층 절세용" 안심시키지만 결국 대포통장으로 범죄 이용

“부유층 절세에 쓰는 건데, 계좌만 빌려주면 하루 5만~10만원은 벌 수 있어요.” 대학원생 A(25)씨는 지난달 말 구직사이트를 통해 호텔 크리스마스 장식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가 이런 연락을 받았다. 호텔 의뢰로 채용공고를 낸 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여성은 “호텔 아르바이트는 모집이 마감됐으니 다른 일을 소개하겠다”며 A씨를 꼬드겼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결과 A씨가 지원한 호텔은 크리스마스 장식 아르바이트를 모집한 적이 없었다. 호텔 측은 “이달 초 광고를 본 사람이 우리 호텔에 직접 확인을 해와 호텔을 사칭한 허위광고인 것을 알게 됐다”면서 “구직사이트에 연락해 해당 광고를 내리게 했다”고 말했다.

병원 원장이나 대형식당 사장 등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허위로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니 급여통장을 개설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구직자들을 유혹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유명업체를 가장해 구인광고를 낸 다음 지원서에 적힌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지원자에게 접근하는 신종 수법을 쓰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구직자에게 연락한 업체 직원은 “통장 양도 자체가 합법은 아니지만 정상적으로 아르바이트 사원으로 등록해 일을 한 것으로 처리되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며 안심시킨다. 그리고 나서는 “10일에서 두 달 정도만 가능하다” “소수 인원만 필요해 당신에게만 권해보는 것이다” 등의 말로 지원자를 재촉해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통장 명의만 빌려주면 수십만원을 선입금해준다’는 과거 대포통장 모집에서 한층 진화한 방법이다.

경찰은 전형적인 대포통장 모집 방식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2012년 금융감독원이 ‘대포통장 근절대책’을 내놓고, 지난해 대포통장을 과다 발급한 은행을 집중 점검하는 등 대포통장 관리를 강화하자 개인의 합법적인 계좌를 노리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빌린 통장은 보이스피싱 등으로 가로챈 돈을 넣었다가 빼가는 데 사용되거나 비자금 세탁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체의 감언이설과 달리 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통장 양도 및 대여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단시간에 돈을 벌려고 했다가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구직사이트가 이런 업체들을 걸러내는 것이지만 구직사이트 측은 여건상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힘들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결국 구직자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 구직사이트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번호가 없어도 아르바이트 공고를 낼 수 있다”며 “공고를 낸 업체가 실제 존재하는 업체인지, 업체의 광고만 대행한 것인지, 허위 광고인지 확인하려면 일일이 업체를 방문해야 하는데 현재 인력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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