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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공포정치로 당·정·군 장악… 북·중관계 복원은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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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공포정치로 당·정·군 장악… 북·중관계 복원은 숙제로

입력
2014.12.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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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분산 통해 권력 독점 기관 없애, 평양 10만 호 중단 등 잔재 지우기

황금평 개발 등 경험 돌파구 못 찾아 정치교류 줄고 군사교류는 아예 단전

평양에 첫눈이 내린 10일 북한 주민들이 만수대 김일성·김정일 동상 일대의 눈을 치우고 있다. 평양=신화 연합뉴스
평양에 첫눈이 내린 10일 북한 주민들이 만수대 김일성·김정일 동상 일대의 눈을 치우고 있다. 평양=신화 연합뉴스

40여년 간 북한 정권의 2인자로 군림했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된 지 12일로 1년을 맞는다. 30대에 불과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후견인인 고모부를 처형한 것을 두고 북한 내부의 동요를 불러일으켜 권력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장성택 계파를 숙청하고 수뇌부를 수시 교체하는 공포정치로 1년이 지난 현재 김정은 체제가 더 굳건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중국통이었던 장성택 처형으로 북중관계가 악화한 것은 김정은 정권의 과제로 남았다.

장성택 기반 조직 해체….당ㆍ내각ㆍ군 장악

장성택 처형 이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김정은이 장성택 세력의 근거지였던 조직을 해체하면서 그 기능을 분산시켰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우선 장성택이 부장을 맡았던 노동당 행정부를 없애고 그 권한과 기능을 조직지도부로 이관했다. 행정부는 그간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등 북한의 사법, 검찰, 공안기관을 모두 지도하며 막강한 권한을 휘둘러왔다. 또 장성택이 주관하던 54부의 외화벌이 업무를 당과 군, 내각으로 분산시켰다. 장성택이 ‘반당 종파분자’로 출당된 점을 감안한 듯 안전보위부의 반혁명분자 색출과 사상동향 감시를 강화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이 각 기관에 역할을 분담시키는 등 권력을 독점하는 기관을 없앤 점이 장성택 처형 이후 드러난 큰 특징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당과 내각, 군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김정은 중심의 유일영도체제를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아울러 군 수뇌부를 수시 교체하고 강등과 복권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정권에 대한 군부의 충성심을 유도했다.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최룡해에서 황병서로, 인민무력부장을 장정남에서 현영철로 교체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장정남은 군 계급이 대장→상장→대장→상장으로 강등과 복권을 거듭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단순한 군부대 시찰에서 벗어나 해군 지휘관들의 수영 훈련에 참관하는 등 훈련 위주로 시찰하고 있다”며 “군부 장악력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김정은 체제가 당분간은 공고히 유지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장성택 처형’을 통해 구시대와 단절하는 등 처형 당시 외부의 불안한 시선을 잠재울 정도로 세대교체를 안정적으로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갈 것이라고 본다”며 “다만 핵문제와 북중관계를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장성택 주도 사업, 김정은 전시성 사업으로 대체

장성택이 주도하던 사업은 대부분 김정은의 전시성 사업으로 대체되는 등 경제 분야에서도 김정은의 ‘장성택 그림자 지우기’가 진행되고 있다. 장성택이 주관한 평양 10만호 건설사업의 경우 자금 부족을 이유로 2만호 건설로 중단 시켰다. 대신 위성과학자주택지구, 평양육아원, 김책공대 교육자 살림집 등 김정은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전시사업이 들어섰다.

장성택이 추진했던 각종 경제 프로젝트의 명칭도 바뀌었다. 김정은은 올 2월 6개 신규 경제개발구를 발표하며 신의주 경제지대의 명칭을 특수경제지대에서 국제경제지대로 바꿨고, 지난 8월에는 장성택이 이권을 챙겼던 대동강 타일공장 이름을 천리마 타일공장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경제 효율성의 측면 보다 장성택의 잔재를 없애는 데 집중하다 보니 북한의 경제 여건 개선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장성택 시절 구축된 이권 시스템을 해체하고 김정은 통치체제로 편입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경제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통’ 장성택 대신할 인물 안 나와…북중관계는 냉각

김정은의 권력 기반은 예상 이상으로 공고해졌지만, 중국통인 장성택의 처형으로 가뜩이나 3차 핵실험으로 불편했던 북중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시절에 연 45회에 달하던 북중 정치분야 교류는 현재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연 5~6회 달하던 군사교류는 올해는 아예 전무했다.

장성택의 처형은 북중 경제협력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성택이 주도하던 황금평 특구 개발사업을 비롯한 북중 경제협력 프로젝트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다만 장성택 숙청 초기 감소세를 보였던 북한과 중국 간 무연탄 거래는 통상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중 협력사업이 속도를 못 내는 상태”라며 “(중국과의 관계에서) 장성택의 역할을 대신할 인물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중관계가 소원해진 데 반해 북러 교류는 크게 늘었다. 올해만 해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리수용 외무상과 최룡해 당 비서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러시아를 연이어 방문했다.

그러나 북러 관계가 북중관계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양무진 교수는 “러시아는 중국보다 북한과의 접경지대가 짧은데다 전통적으로 아시아보다 유럽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는 것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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