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에 잠식 당할라 위기감
TF팀 꾸리고 앱 개발까지 나서
기업은행은 얼마 전 기존 스마트금융부 내에 ‘통합플랫폼팀’이라는 이름의 태스크포스(TF)팀을 별도로 꾸렸다. 이 팀의 목표는 현재 각각의 모바일 앱으로 서비스 중인 원뱅킹, 원금융센터, 원알림 등을 하나로 통합한 ‘원뱅크’(가칭)를 내년 상반기까지 출시하는 것. 나날이 높아지는 고객들의 스마트금융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이들 팀원은 누구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은행권의 스마트금융 경쟁이 치열하다. 은행권의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수가 4,559만명(9월말 기준)에 이르는 가운데 국내외 IT기업들의 모바일금융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위기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스마트금융 관련 부서에 힘을 보태는 한편, 관련 서비스를 상시 업데이트하기 위해 기존에 외주업체에 맡겼던 앱 개발까지 은행 내부에서 직접 처리하는 분위기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우리, 기업 등 주요 은행들이 스마트금융 관련 부서를 강화하고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금융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8일 우리은행은 조직개편과 더불어 스마트금융사업단 내에 ‘핀테크(FinTech)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스마트금융 강화를 대외적으로 선언했다. 상품개발과 마케팅 전문가는 물론 IT 전문인력들이 참여하게 될 핀테크 사업부에서는 외국의 인터넷 전문은행을 벤치마킹해 기존 은행 서비스를 재정의하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민주홍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장은 “핀테크 사업부를 통해 모바일에 기반한 서비스 개발뿐 아니라 전 금융 영역에서 스마트 시대에 걸맞은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행정절차와 각종 규제로 국내 시장에선 스마트금융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며 아예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사례도 있다. 하나금융은 이달 중순부터 캐나다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전화번호만으로 돈을 송금할 수 있는 리모트뱅킹(원격은행) 서비스 ‘원큐뱅킹’을 선보인다. 캐나다 외환은행에서 먼저 시행한 후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의 점포들을 거쳐 최종적으로 국내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IT기업에 금융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고객 편의와 보안성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가며 스마트금융의 영역을 확장하는 게 은행권의 시급한 숙제”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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