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가 11, 12일 이틀 간 일정으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다. 양측 간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2009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한국에 모인 이번 회의는 어느 때보다 각별한 의미가 있다. 경제ㆍ정치적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져 있는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끌어 올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한·아세안 최고경영자(CEO) 서미트에 참석, 기조 연설을 통해 “한국과 아세안의 장점을 결합해 양측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고 말했다.
연 5%가 넘는 성장세를 구가하는 아세안은 한국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다. 지난해 교역액이 1,300억달러를 넘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유럽연합이나 미국, 일본보다 더 많은 규모다. 액화천연가스(LNG) 석유 고무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한국의 개발경험 및 노하우 전수를 희망하고 있어 양측간 협력의 여지도 크다.
더욱이 아세안은 2015년 말 단일공동체(AEC)로 새롭게 출범한다. 인구 6억4,000만명, 역내 국내총생산(GDP) 3조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내수 침체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 분야로의 협력 확대 및 FTA 업그레이드를 제안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는 전체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대(對)중국 수출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아세안의 중요성은 간과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비록 개방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긴 했지만 2007년 발효된 한ㆍ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국내 기업들의 FTA 활용률이 다른 FTA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때문에 지난 10일 타결된 한ㆍ 베트남 FTA는 한ㆍ아세안 FTA보다 6%정도 시장 개방률을 높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베트남은 한국이 아세안과 맺은 FTA에서 추가로 대형자동차, 화장품 등 200개 상품을 개방하기로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와의 FTA 협상도 가속화하는 한편 아세안과의 기존 FTA 수준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년 아세안 단일시장 출범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한류의 인기가 높고, 한해 460만명의 국내 관광객이 찾는 아세안은 이미 다방면에서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10개 회원국 모두 북한과 수교 관계도 맺고 있지만, 북핵 문제 등에서 한국의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아세안의 전략적 가치를 재인식하고 양측간 공동 번영과 미래지향적 협력을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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