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도 없는 싸가지(A minimally talented spoiled brat) 때문에 내 경력을 망칠 수는 없다.”. 누구를 가리키며 내뱉은 험담일까. 재능 없는 싸가지는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를 지칭한다. 할리우드의 간판 스튜디오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소니)의 경영진이 주고 받은 이메일에서 언급된 표현이다.
최근 해킹 피해를 당해 미개봉 영화와 사내 기밀이 유출된 소니가 경영진의 이메일 내용까지 밖으로 새어나가 곤경에 처했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버즈피드가 11일 보도했다.
졸리에 대한 막말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영화를 준비할 때 나왔다. 소니가 당초 이 영화의 감독으로 데이비드 핀처(‘파이트 클럽’ ‘나를 찾아줘’ 등 연출)를 낙점한 뒤 소니의 에이미 파스칼 공동회장과 잡스 전기영화의 제작자 스코트 루딘은 날 선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졸리가 갈등 제공자였다. 졸리가 자신의 은퇴작이자 소니가 투자하는 ‘클레오파트라’의 감독으로 핀처를 요구하면서 분란이 일었다.
루딘은 “앤젤리나를 입 다물게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재능도 없는 싸가지” “얼굴마담”(Camp event) 등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졸리를 비난했다. 파스칼은 욕설을 곁들여 “날 위협하지 마라”며 ‘맞불 이메일’을 보냈다. 결국 소니는 잡스에 대한 전기영화 제작을 포기했고 판권은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넘어갔다.
영화 배역 과정의 이면도 노출됐다. 한 유명 제작자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게 잡스 역을 제안하는 이메일에서 “제작에 참여하는 모두가 당신에게 아카데미상을 안기고 싶어한다”며 납작 엎드린 자세를 보였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소니의 이번 해킹 사건으로 할리우드 스타들이 호텔 예약 등 외부 활동을 할 때 사용하는 가명 명단도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톰 행크스는 해리 로더와 조니 마드리드, 주드 로는 미스터 페리, 대니얼 크레이그는 올웬 윌리엄스라는 가명을 각각 사용했다. 제시카 알바는 캐시 머니, 내털리 포트먼은 로렌 브라운이라는 가명을 지속적으로 써온 것으로 보인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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