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급 선수 없이 똘똘뭉쳐...프로농구 하위권 예상 깨고 9연패 탈출
어느새 5할 승률
유도훈(47)감독이 이끄는 인천 전자랜드는 흔히 말하는 ‘A급 선수’가 없다. 객관적인 팀 전력을 볼 때도 프로농구 10개 팀 가운데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늘 돌풍의 중심에 선다. 꾸준히 중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끈끈한 조직력으로 상대 팀을 물고 늘어진다.
전자랜드는 최근 네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6위에 오른 2008~09시즌을 제외하고 앞선 다섯 시즌 동안 두 차례나 최하위를 하는 등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유 감독이 2010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환골탈태했다. 부임 첫 해이던 2010~11시즌 구단 역대 최고 성적(2위ㆍ38승16패)을 올리면서 선수들을 ‘이기는 농구’에 적응시켰다.
올 시즌 초반 한 때 9연패 늪에 빠져 조직력의 농구에 한계가 온 것이 아니냐는 일부 시선도 있었지만 지난달 14일 부산 KT전 승리로 연패를 끊고 다시 6연승 신바람을 냈다. 순위표 밑바닥에서 전전했던 전자랜드는 10일 원주 동부전 승리로 어느새 5할 승률(11승12패)을 눈앞에 뒀다. 팀 순위는 4위 고양 오리온스에 2.5경기 뒤진 5위.
유 감독은 항상 선수들에게 ‘프로 정신을 가져라’고 주문한다. 지금 벤치에 앉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고 실망할 필요 없이 승부욕을 갖고 다음 경기, 다음 시즌에는 주축 선수로 뛸 것이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선수 본인의 의지대로 안 돼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를 계기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 결과 전자랜드는 매년 ‘젊은 피’들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함준후(26), 차바위(25), 김지완(24) 등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또 올해 신인 정효근(21)도 무럭무럭 커 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정효근은 10일 동부전에서 70-68, 2점 차로 쫓긴 종료 59초 전 과감한 3점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중고참들의 투지도 유 감독의 전자랜드를 더욱 빛나게 한다. 주포 정영삼(30)은 팔꿈치 인대 파열에다 오른 발가락 염좌 부상까지 안고 있지만 고통을 참고 코트를 누볐다. 그는 “어차피 1~2주 쉰다고 낫는 부상이 아니다”라며 이를 악물었다. 최고참 이현호(34) 또한 후배들보다 한발 더 뛰고, 궂은 일에 가담한다.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포웰(31)은 팀 주장을 맡아 솔선수범하며 코트의 리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2시즌 연속 외국인 선수가 주장 역할을 한 것은 포웰이 처음이다. 포웰의 주장 임명은 팀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한 유 감독의 혜안이다. 유 감독은 또 한국 무대에서 8번째 시즌을 뛰고 있는 테렌스 레더(33)에게 “지금 입단한 신인들은 너의 플레이를 보며 롤 모델로 삼고 뛰었던 선수들”이라고 자존심을 세워주기도 했다.
스타 선수 없이 유 감독의 지휘 아래 똘똘 뭉친 선수단의 하모니. 전자랜드를 지탱하는 힘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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