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수주의자들이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의 일본 입국 금지 운동에 나설 조짐이다. 졸리가 최근 연출한 영화 ‘언브로큰’(Unbroken)'에서 인종차별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에 개봉예정인 ‘언브로큰’은 2010년 발행된 로라 힐렌브랜드의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태평양전쟁 중 포로가 되어 갖은 고초를 겪은 미국 올림픽 육상 미국 대표 선수 출신 루이스 잠페리니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쓰인 책이다.
잠페리니는 하와이 인근에서 타고 있던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포로가 됐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일본군으로부터 구타 등의 수모를 당했다. 특히 무츠히로 와타나베라는 인물을 지독한 고문을 가한 사람으로 지목했다.
일본 국수주의자들은 책에서 일본인들이 전쟁포로를 “패고, 지지고, 찌르거나 몽둥이질해서 죽이고, 총으로 쏘고, 참수시키고, 인체실험을 하거나, 식인 의식으로 산 채로 먹는”다는 표현을 한 것에 대해 특히 분개했다. 일본 극우단체 ‘역사적 사실 보급회’의 서기인 히로미치 모모테키는 “이건 완전한 거짓”이라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일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영화 상영을 결정한 영화관에 대한 시위를 부추기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일본의 서명운동 사이트 ‘변화’(Change.org)에 올라온 성명에는 8,000명이 서명하며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의 상영이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역사 은폐의 새로운 단계로 가는 것”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미국의 비영리기구 ‘아시아 폴리시 포인트’(Asia Policy Point)의 민디 커틀러는 “일본 군대에 성노예로 잡혀있던 여성들의 기억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유명 목사)빌리 그레이엄의 제자였던 백인 올림픽 선수의 기억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포로에 대한 일본군의 고문과 악행에 대해서는 충분한 문서자료가 있으며 일본군의 포로나 그 동료에 대한 식인 역시 많은 목격자와 법의학적 증거가 있다”고도 텔레그래프에 밝혔다. 커틀러는“잠페리니에게 있었던 일을 부정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비난 받을만한 일이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상언 인턴기자(동국대 국제통상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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