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동지·국가 안보 사이서 민주당·CIA 누구 편도 못 들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앙정보국(CIA) 고문 보고서’와 관련, 곤혹스런 중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의 성향과 평소 언행으로 추정하면 속내는 다분히 부정적이지만, 대 테러 전선에서 CIA의 주도적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현직 대통령의 입장 때문에 민주당과 CIA 중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있다.
1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CIA에 대해 보다 확실한 자세를 취하라’는 오랜 정치적 동지 마크 우달 상원의원(민주ㆍ콜로라도)의 요구에도 불구, 이날도 침묵을 지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보고서가 공개된 지난 9일부터 “CIA 고문은 미국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CIA 요원들은 애국자”라는 중간자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CIA가 대통령과 의회를 속였으며, 고문이 테러 정보 수집에 도움을 주지도 못했다’는 민주당 주도 조사보고서의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댐 법대 부속 국가안보센터의 카렌 그린버그 소장도 “오바마 대통령이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두 동맹세력 사이에 끼인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9.11 테러 당시보다 훨씬 비대해진 정보 조직에 국가 안보를 의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일까.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10일 “오바마 대통령이 CIA의 테러 용의자를 상대로 한 잔혹한 고문 기법을 옹호한 존 브레넌 CIA 현 국장을 신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의회 일각에서 나오는 브레넌 국장에 대한 사임 또는 경질 요구를 일축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브레넌 국장을 신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문을 통해 많은 중요한 정보를 얻어냈으며 수많은 미국인의 생명을 구했다”는 브레넌 국장의 전날 발언에 오바마 대통령이 동의하느냐는 물음에는 즉답을 회피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어 책임자 기소에 대한 결정은 법무부의 소관이지만, 현재까지 검토한 바로는 기소 방침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