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잭슨(53) 감독이 집념 어린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2001년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로 시작한 중간계 6부작이 17일 개봉하는 ‘호빗: 다섯 군대 전투’로 끝을 맺는다. 영화 개봉으로 치면 13년이지만 J.R.R. 톨킨의 원작 소설 ‘반지의 제왕’을 영화로 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19년, 판권을 구입한 지 17년 만에 대업을 완수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이전 이야기인 ‘호빗’ 3부작의 최종편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전쟁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난다. 7시간짜리 영화 한 편에서 결말을 차지하는 부분이니 스펙터클이 강조된 액션 장면으로 가득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영화는 호수 마을의 바르드(루크 에반스)가 무시무시한 용 스마우그를 처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참나무 방패 소린(리처드 아미티지)과 난쟁이 족이 원래 자신들의 터전이었던 에레보르에 있는 엄청난 양의 보물을 되찾은 반면 마을 사람들은 난민 처지가 된다.
바르드는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재건하기 위해 약속 받은 보물을 찾으러 에레보르로 향하지만 탐욕에 눈이 먼 소린은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군대를 이끌고 온 엘프 족의 왕 스란두일(리 페이스)의 위협도 안중에 없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성 안 어딘가에 있을 에레보르의 심장이자 왕의 보물 아르켄스톤을 손에 넣는 것뿐. 소린의 탐욕은 끝내 전쟁을 부른다. 성을 사수하려는 소린과 일행들, 엘프와 인간, 뒤늦게 당도한 소린의 지원군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오크 족이 치르는 대규모 전쟁은 3편의 노른자위다.
1편 ‘호빗: 뜻밖의 여정’(2012)이 에레보르로 향하는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와 난쟁이 족의 여정을 그린 데 이어 2편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2013)는 스마우그의 위협 속에서 에레보르를 되찾아야 하는 위기 상황을 연출했다. 테크놀로지의 최첨단을 쏟아 부은 전투 장면으로 채워진 최종편은 이 모든 것의 결말을 담은 승리와 비극의 총력전이다.
중간계 6부작 중 상영시간(2시간 24분)이 가장 짧은 ‘다섯 군대 전투’는 액션 위주의 영화라서 1, 2편의 내용을 모르더라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각 종족과 캐릭터들 간의 관계를 숙지하지 않으면 자칫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감독은 수많은 컴퓨터 그래픽 캐릭터들이 뒤엉키며 싸우는 장면을 줄이는 대신 빌보, 소린, 레골라스(올랜도 블룸), 바르드, 아조그 등 주요 캐릭터 사이의 1대1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다섯 군대 전투’는 ‘호빗’ 3부작과 중간계 6부작을 마무리하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호빗’ 3부작이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사실도 ‘다섯 군대 전투’의 가치를 깎아 내리진 못한다. 이 영화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먼저 3부작을 하나의 영화로 파악해야 한다. ‘반지의 제왕’이 그랬듯 ‘호빗’ 시리즈도 1~3편이 동시에 촬영된 뒤 세 부분으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피터 잭슨은 중간계 6부작으로 자신의 인생은 물론 판타지 영화와 고국 뉴질랜드 영화의 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그는 ‘다섯 군대 전투’ 개봉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톨킨에게 영원히 고마움을 느낄 겁니다. 덕분에 제 취미를 최상의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고 제작사와 후반작업 회사를 세워서 뉴질랜드의 영화 인프라를 구축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들어설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반지의 제왕’이여, 고맙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 피터 잭슨의 '중간계 6부작'
#6. 호빗: 다섯 군대 전투
#5.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4. 호빗: 뜻밖의 여정
#3.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2.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1.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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