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충전소 확충하고 규제 철폐...태양광 등 연계 새 사업모델 검토도
일본은 수소연료를 차세대 에너지로 성장시킨다는 이른바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고, 일본 전력 공급의 30%를 차지하던 원전 재가동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체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수소연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는 7월‘수소 에너지 백서’를 발표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수소를 미래 에너지로 인식한 첫 사례라는 평가다. NEDO는 백서에서 “일본내 가정용 수소 연료전지(에네팜스), 수소 연료전지 차량 등의 보급 확대로 2030년 시장규모가 1조엔, 2050년에는 8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수소 연료 전지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특허 출원 건수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향후 수소를 전력 구성의 일익을 담당하는 중요한 존재로 끌어올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가정용 연료전지인 에네팜스 보급은 착실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에네팜스는 2005년 도쿄의 총리 관저에 처음 설치됐고, 2009년부터 상업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현재 일본내 에네팜스 보급률은 전체 가구의 0.2%인 10만대 가량이다.
에네팜스 보급의 걸림돌은 아무래도 비싼 가격이다. 도쿄가스가 제공하는 에네팜스 가격은 200만엔 가량이며, 정전에 대비한 예비 배터리를 갖추는 데 60만엔의 추가 비용이 든다. 일본은 비용을 낮추는 노력을 통해 2030년까지 전체 가구의 10%가량인 530만 가구에 에네팜스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도베 지히로 일본 자원에너지청 실장은 “에네팜스는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며 “수소는 에너지 절약, 환경오염 억제, 에너지 안보에 공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환경성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에서 얻은 전기를 이용, 수소를 만들어 연료 전지차 등의 연료로 이용하는 새로운 모델 사업을 검토중이다. 수소를 제조단계에서 수송, 이용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온실 가스 배출량이 적은 에너지 시스템을 확립하겠다는 목적이다.
환경성 관계자는 “천연가스와 석유를 물과 반응시키는 것만으로도 수소를 만들 수 있지만, 굳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이유는 수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 개발이 사업 성패의 관건”으로 내다봤다.
환경성은 지자체와 연계, 지역 특성에 맞는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그 지역에서 모두 소비하는 이른바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홋카이도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해 발전시킨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든 수소를 연료전지차의 연료보급거점이 되는 ‘수소스테이션’으로 보내, 연료전지차 운행에 활용하는 식이다. 건물과 집에 설치된 연료 전지에서 수소를 보내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발생시켜 에너지로 이용하는 방안도 있다.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는 보존할 수 없다는 난점이 있지만, 수소로 전환하면 저장 가능한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아베 신조 총리도 9월 정책연설에서 “미래의 에너지인 수소연료전지 발전에 장애가 되는 여러 규제 장벽을 없애겠다”며 “수소사회는 꿈이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자인 수소가 핵과 화석 연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수소사회로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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