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와 회식 등 연말이 되면 이어지는 술자리가 올해는 한결 부담이 덜해진 모습이다. 건강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늦게까지 마시기보다는 순한 술을 가볍게 즐기는 음주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가 8도에서 14도 사이인 와인을 비롯 스파클링 주류, 무 알코올 음료 등의 저도주의 인기가 높아졌다. 이런 시류에 맞춰 독한 술의 대명사인 소주도 알코올 도수를 낮춰 출시하는 등 ‘순한 술’이 연말 주류업계의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마트는 12월 들어 모든 점포에서 와인을 찾는 소비자가 늘며, 이달 와인매출이 11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설날과 추석의 선물특수를 누린 1월(117억원)과 9월(86억원)을 뛰어넘는 매출로 경기침체 속에서도 와인은 2007년부터 매년 10%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수입맥주의 매출도 처음으로 소주를 앞질렀다. 올해 하반기 이마트에서 수입맥주와 소주는 각각 288억원과 280억원씩 팔렸다. 지난해와 비교한 매출 신장률도 수입맥주가 8.5%로 소주 신장률(2.8%)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보통 연말에는 수입맥주 판매량이 더욱 증가해, 소주와 수입맥주의 격차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저도주 출시에 나섰다. 일본 전통주인 사케 수입업체 니혼슈코리아는 연말 모임용으로 알코올 도수가 5도에 불과한 스파클링 사케 ‘미오’를 출시했다. 국내 소주의 양대 산맥인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도 17도 대로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 참이슬의 도수를 낮추기 전 실시한 소비자 대상 조사에서 94%가 저도주를 원한다고 한 데 따른 결과다. 맥주와 맛이 흡사하지만 알코올이 없는 하이트진로의 무알코올 음료 ‘하이트제로0.00’도 지난 해와 비교해 16% 이상 판매량이 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예전과 달라지고 있는 회식 등 음주문화 때문에 저도주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면 판매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앞으로도 관련 제품의 출시가 계속될 것”이라 전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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