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경찰청장 "수사 끝나면 문책"
강신명 경찰청장은 10일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경찰) 관련자 문책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청와대 문건 유출에) 다수 경찰관이 연루된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원인을 되짚어 보고 사람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는지 등을 분석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그러면서 “문건 유출은 정보보고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개인 보안의식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검찰 수사가 끝나면 경찰 정보활동 전반에 대해 내부 감찰에 착수할 방침이다. 강 청장은 “서울청장 재직 시절 보고를 받지 못했고, 현 서울청장인 구은수 당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의 보고도 없었다”며 문건 유출을 사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 강 청장 발언에서 확인되듯이 경찰 수뇌부는 그동안 이번 사건을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일탈을 저지른 한 개인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자체 진상조사를 포기하는 등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청장은 이날도 “(문건 유출 건은) 검찰에 수사의뢰된 사안이라 함부로 감찰에 들어가면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어 한 기관(검찰)으로 수사를 단일화하기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청와대 문서 유출 파문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48) 경정이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경찰관 2명도 민간기업에 관련 문건을 유출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특히 박 경정의 경우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찌라시성 정보를 여과 없이 대통령 보고서에 실었다는 의혹에 점차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정보의 교차 확인 없이 동향 출신 지인의 말에만 의존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수사기관 간부인지 의심케 할 정도였다. 정보분실 경찰관 2명이 청와대 보고서임을 알면서도 기업 정보맨에게 문건 그대로 유출한 것 또한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체 진상조사 없이 관련자 문책을 앞세우는 경찰 수뇌부의 해법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일선 경찰 정보관은 “보안이 가장 중시돼야 할 정보분실에서 의혹이 나왔다는 자체가 보고체계상 허점이 있다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에만 의존하면 사후 대책의 방향 역시 외부의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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