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EBS 이사장이 상임대표, 공모절차 없이 매년 1억여원 지원
친박계로 알려진 이춘호 EBS 이사장이 상임대표로 있는 민간단체에 통일부가 수억원의 남북협력기금 예산을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부는 공모와 심사절차 없이 지원 단체를 선정했으며, 이 단체는 기금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용도로 예산을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10일 통일부와 북한 관련 민간단체 등에 따르면 비무장지대(DMZ) 관련 민간협의체인 ‘코리아 DMZ협의회’에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으로 1억5,7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2015년도 예산안이 최근 확정됐다. 코리아 DMZ협의회는 DMZ미래연합 등 48개 DMZ 관련 단체 협의체 형태로 2010년 8월 출범했으며 친박계인 이춘호 EBS 이사장이 상임대표 가운데 한 명이다. 통일부는 협의회 출범 이후 협력기금 예산으로 매년 1억5,000여만원씩 이 단체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1조1,132억원에 이르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하는 민간단체는 코리아 DMZ협의회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통일부가 다른 예산에서 민간단체 사업을 지원할 때는 공모와 심사 절차를 거치는데 반해 코리아 DMZ협의회는 아무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때문에 통일부가 이 단체의 상임대표인 이춘호 EBS 이사장을 염두에 두고 특혜성 예산지원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정부 초대 여성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한 이 이사장은 2011년 ‘마중물여성연대’라는 여성단체를 설립,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에 동참했으며 대선 이후 EBS 이사장에 선임됐다.
또 코리아 DMZ협의회는 남북협력기금을 남북간 협력 사업에만 쓰도록 한 규정과 달리 지원 예산 대부분을 학술회의 개최(5,400만원), 홍보자료 제작(4,800만원) 항목에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해외워크숍, 국내 학술회의 같은 학술활동과 홍보자료 제작은 남북간 협력과는 무관하게 추진되는 자체 사업이어서 협력기금 용도에 맞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의 중점 공약인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통일부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이 만나서 학술회의를 하는 건 아니지만 나중을 대비해 협력 기반을 조성해야 하는 차원이고, 남북관계에서 DMZ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기금 지원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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