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적ㆍ자폐성 장애인 연주팀
세계장애인의 날 맞아 초청 공연
직접한 편곡ㆍ애드리브 연주에 깜짝
"필요한 곳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

유엔 세계장애인의 날인 지난 3일 미국 유엔본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세계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가 파견한 지적ㆍ자폐성 장애인 공연팀이 초청 공연을 선보였다. 태어나자마자 뇌의 90%를 절제한 성악가 박모세(22)씨를 비롯해 드럼 김유나(21ㆍ지적장애3급)씨, 색소폰 김승우(20ㆍ자폐3급)씨, 막내인 첼로 배범준(17ㆍ지적2급)군까지 모두 4명. 이들은 지도교사인 이병우 교수와 함께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아리랑’ 등 7곡을 연주했다.
아리랑은 배군이 직접 편곡한 ‘배범준 버전’으로 연주했는데, ‘가야금 뜯듯이(피치카토 주법)’ ‘설악산 봄 꽃을 떠올리며’ ‘아기 재우듯 조용히’ 등 그만의 기법을 동원했다. 김유나씨는 즉석에서 드럼 옆과 테두리 부분을 쳐 연주하는 ‘깜짝 애드립’을 선보였다. 전문가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저마다 열심히 준비한 실력과 감성을 한껏 뽐내 회원국 대표들과 국제장애인 NGO단체 등의 큰 박수를 받았다.
김씨는 “드럼을 연주할 때 그림 그리는 상상을 하는데, 갑자기 고정 패턴이 아닌 다양한 색깔의 변화를 주고 싶었다”며 “주변 분들은 많이 놀라셨지만 오히려 나는 담담하게 생각나는 대로 연주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014 평창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에서 뛰어난 공연을 펼치면서 기량을 인정받은 이들이지만 난관도 많았다. 배군은 2012년 장애라는 이유로 고교 입학을 거부당했다. 하지만 7살 때부터 안고 잘 정도로 함께 해 온 첼로로 충격을 극복했다. 김씨도 취미로 시작한 드럼을 대학 전공으로 삼다 보니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하지만 공부라기보다는 신나고 재미있게 연주하자고 마음을 먹으면서 실타래를 풀어나갔다.
이들은 몸은 불편하지만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배군은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 연주와 독거 노인 돕기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김승우씨도 고향인 경북 구미지역에서 40~50대 중장년 색소폰 동호회에 가입해 예술회관 등을 돌며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계획도 다양하다. 실용음악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김유나씨는 내년 초 장애ㆍ비장애인으로 구성된 밴드를 만들 계획이다. 3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문화축제 초청 공연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 그룹사운드 중 하나인 ‘부활’과의 협연도 꿈꾸고 있다. 웰빙식품학을 전공 중인 김승우씨는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후 커피숍을 내 작은 색소폰 공연을 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가 롤모델인 배군은 대입 준비를 하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강연을 할 계획이다.
배군은 “장애인도 충분히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며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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