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박 대표 인권 침해 여부 내주 발표…시향 혁신 방안도 마련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서울시향 사태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위해 모인 단원 100여명에게 사의 표명 사실을 알리면서 “(박현정 대표가 직원들에게 한) 인권 침해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이 자리에서 박 대표의 언행과 관련해 “일을 잘 한다고 해서 참으려 했지만 도저히 용납 못 할 수준이었다”며 “그 같은 인권 침해 상황을 견딜 수 없어 1주일 전에 서울시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인권 침해 사실을 안 것이 1년을 넘었으며 문제가 조용히 해결되길 바랐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서 “말도 안 되는 (박 대표의) 인터뷰를 놓고 이상한 말이 나오고 있지만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분여 동안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 “오늘은 연습하는 날인만큼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공연 연습에 들어갔다. 정 감독은 12일 예술의전당에서 서울시향과 중국의 첼리스트 지안왕의 협연을 지휘할 예정이다.
정 감독의 이날 발언은 대부분 박 대표를 겨냥한 것이었다. 앞서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박 대표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폭언, 성희롱,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며 퇴진을 요구했으며 박 대표는 이에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향이 정 감독의 사조직처럼 운영된다”면서 “정 감독의 개인 비용까지 서울시향이 지불하는 등 공조직을 넘어선 관행이 당연시되는 곳에서 ‘절망적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박 대표의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의 해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대표의 직원 인권 침해 여부는 서울시 인권담당관이, 정 감독의 공연 일정 임의 변경 등 업무 태만 여부는 조사담당관이 각각 조사 중”이라며 “늦어도 다음 주에는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해임권은 서울시향 이사회가 갖고 있는데 만약 인권 침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사회가 해임안을 상정해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는 서울시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11일 회의를 열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정 감독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서는 “’인권침해를 보고는 못 견디겠다’는 단서를 붙인 것으로 미뤄 진심으로 그만 두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5년 3월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정 감독의 임기는 올해 연말까지다. 만약 재계약을 한다면 박 대표가 제기한 계약서 부실, 계약 내용 미이행 등을 보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시향 전반을 혁신하는 방안도 이른 시일 안에 마련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인사, 운영 등에서 시향의 발전을 꾀하고 내부 갈등을 근본적으로 봉합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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