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최장신 센터 하승진(29ㆍ221㎝ㆍKCC)은 9일 서울 SK와 경기후 “발목 때문에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니 코트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감독님 흰 머리가 늘어나는 이유를 알겠다”며 자책성 농담을 던졌다. 이날 모처럼 하승진은 15점과 16리바운드의 ‘더블더블’로 활약하며 SK라는‘대어’를 낚는 데 앞장섰다. 3쿼터 중반 발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코트에서 물러나 나머지 경기를 지켜 본 소감이었다.
한 때 9연패를 당하는 등 끝없는 나락으로 빠지는 듯했던 KCC는 45일 만의 연승에 성공하며 분위기 쇄신의 계기를 마련했다. 하승진은 이날 1쿼터부터 SK의 골밑을 유린하면서 슛 감각도 괜찮았다. 하승진이 로포스트를 장악하자 SK 선수들은 외곽 공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성공률마저 저조해 패배를 자초했다. 하승진은 이날 전까지 경기당 평균 12.2점과 9.8리바운드를 기록 중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허재(49) 감독이 하승진에 거는 기대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하는 하승진의 복귀로 KCC는 상위권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분류됐다. 그러나 정작 시즌 개막 뚜껑을 열자 하승진은 2년 간의 공익근무요원 복무 공백을 단기간에 지우지 못했다. 20kg 가까이 체중을 감량했지만 경기 감각이 문제였다. 쉽사리 골밑을 점령하지 못하자 외국인선수와 수비수들에게 하승진은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김태술(30)과 김효범(31)까지 허리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KCC는 꼴찌 추락을 염려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허 감독은 그럴 때마다 “하승진의 컨디션이 좋아지면 팀이 반등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를 지켜본 뒤 허 감독은 희망과 자신감을 얻었다. 하승진은 “부상을 당했지만 느낌이 나쁘지는 않다”면서 “최근에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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