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를 담당했던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는 반 인도적 고문 행위에도 불구, CIA는 테러 예방을 위한 결정적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고문이 없었다면 오사마 빈라덴 은신처를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CIA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조사 보고서는 2011년 9ㆍ11 테러주범인 빈 라덴 은신처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연락책 아부 아흐메드 알 쿠웨이티에 대한 대다수 첩보가 다른 정보 채널로부터 습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CIA는 2004년 알 카에다 요원을 고문해 쿠웨이티가 연락책이라는 점을 파악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2002년 동맹국으로부터 ‘쿠웨이티가 빈라덴과 자주 만난다’는 정보를 건네 받았다는 것이다.
CIA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이른 2001년 말부터 쿠웨이티를 도청했으며 당시 그의 나이와 생김새, 가족관계는 목소리 녹음 본까지 확보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또 CIA가 2004년 알카에다 요원 하산 굴을 고문해 쿠웨이티가 빈라덴 은신처 추적에 중요 인물이라는 점을 파악한 것은 사실이나, 이 정보는 고문을 당하기 전에 털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CIA 관계자를 인용해 굴이 고문 전에 ‘짹짹거리는 새’처럼 정보를 털어놨으며 덕분에 CIA가 심문 이틀 동안 보고서 21개를 작성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CIA는 이후 더 많은 정보를 얻어 내려고 그를 면도시키고 공중에 매달거나 59시간 동안 잠을 재우지 않는 가문을 가했으나, 도움이 될 만한 추가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한편 CIA는 대외적으로는 ‘선진 심문’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고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심리학 박사 등에게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8,100만달러(898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CIA가 2005~2009년까지 심리학 박사 두 명이 만든 외주업체를 고용해 고문 기술 등을 담은 ‘선진 심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심리학자들은 용의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 다음 얼굴에 물을 붓는 ‘물고문’과 함께 수면을 제한하거나 좁은 상자에 가두고 곤충을 넣는 등 고문 기술 10개를 개발해 실제로 적용했다. 이들은 애초 20개의 고문 기술을 창안했으나 고문 대상자를 모의로 매장하는 방법 등 나머지 10개는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로 미 법무부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디.
군 장교 출신으로 알려진 이들 심리학 박사는 고문기술자도, 알카에다나 중동 전문가도 아니었지만 2002년 CIA가 오사마 빈 라덴의 최측근인 아부 주베이다를 심문할 때부터 CIA 고문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당시 주베이다는 불이 환하게 켜진 흰색의 텅 빈 방에 갇혀 잠을 자지 못했으며, 큰 소음을 반복적으로 듣는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란 심리학 이론을 따라 고안된 것이다.
한편 두 명의 심리학 박사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제임스 미첼 박사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관여 여부를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CIA 직원들은 목숨을 걸고 사생활을 포기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데 이따위 것을 내놓는 건가”라며 관련 보고서를 정치적 의도가 담긴 ‘헛소리’라고 비난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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