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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십상시 모임보다 비선 국정개입 규명이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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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십상시 모임보다 비선 국정개입 규명이 본질

입력
2014.12.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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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정윤회씨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청와대 동향보고 문건에 등장하는 ‘십상시’ 모임이 실제 있었는지와 ‘청와대 비서관 3인방’과 접촉이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했으나 정씨는 예상대로 강하게 부인했다.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과 박 경정에게 정보를 제공한 전 지방국세청장 등의 3자 대질신문에서 서로 진술이 엇갈린 터여서 청와대 문건의 진위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신빙성 없음’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건에서, 더구나 관련자가 몇 명 되지 않는 경우 사실과 다른 진술이 나오는 것은 다반사다. 단지 반대되는 진술을 하는 이가 많다는 이유로 진위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정씨에 대한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은 채 불러서 해명만 듣는다면 면죄부를 주는 절차에 불과하다.

검찰은 처음부터 의혹의 전제를 ‘십상시’ 회동의 실재 여부로 설정했다. 그런 모임 자체가 없다면 국정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수사를 전개해왔다. 하지만 ‘십상시’ 모임이 없었다고 해서 문건을 허위로 단정하고 국정개입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건의 일부 내용은 실제 정황과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의 경질과 김덕중 국세청장 교체를 언급한 부분은 공교롭게도 실제로 일어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승마협회 조사를 담당한 국장과 과장의 교체를 직접 지시했고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도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도 주변인을 통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건 내용의 신빙성을 방증하는 발언을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문건 진위와 유출 과정 등 적당한 선에서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런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십상시’ 모임이 없었으니 문건은 엉터리고 일부 경찰관이 문서를 유출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는 식으로 서둘러 파문을 봉합하려다가는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검찰이 욕을 먹는 것은 고사하고 정권이 흔들리는 엄청난 역풍이 몰아 닥칠 가능성도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일단 고발된 것을 중심으로 하되, 수사 단서가 있고 범죄의 단초가 되면 수사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언론에 나온 내용만으로도 수사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이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건에 ‘청와대 핵심 3인방’으로 소개된 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비서관에 대한 조사 없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은 불가능하다. 청와대와 검찰은 국민들의 의구심을 어떻게 풀어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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