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저소득 가구에 평균 10만원 난방비 지원
대상 기준부터 불분명해 논란
저소득층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이용하도록 돕는 ‘에너지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가 2015년 12월부터 ‘에너지 바우처’를 실시한다. 하지만 시행 1년을 앞두고 벌써부터 에너지 빈곤층의 기준이 불분명한 데다 에너지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원욱(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과 에너지시민연대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에너지 바우처 사업, 에너지 복지 시스템 구축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집중 제기됐다.
에너지 바우처는 정부가 지원금을 담아 카드 형태로 지급하는 일종의 에너지 구입권을 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저소득층 약 98만 가구에게 내년부터 3개월(12~2월) 간 가구당 평균 10만원이 담긴 바우처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가구는 전기와 가스, 열, 등유, 연탄의 5대 에너지원을 필요에 따라 바우처로 구입해 쓸 수 있게 된다.
산업부는 바우처 지급 대상을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40% 이하면서 재산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가구 중 노인이나 아동, 장애인을 둔 가구”로 설정하고 있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지급 기준인 중위소득 30% 수준(4인 가족 기준 115만원)보다 혜택을 넓혔고, 아동이 있는 가구는 일반 가구보다 약 25%, 장애인 가구는 6% 더 많은 난방비용을 부담한다는 사실을 반영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해당하는 가구를 정말 ‘에너지 빈곤층’이라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40%란 기준에 뚜렷한 근거가 없다”며 “에너지 빈곤층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고, 그에 따른 빈곤층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제도부터 만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과장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가구가 일부 포함돼도 에너지 복지 확산 차원에선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바우처는 가구 구성원 수와 주거 형태 등에 따라 지원 규모가 15단계로 구분된다. 아파트에 사는 1인 가구는 3개월 간 최저 금액인 5만4,000원, 도시가스를 안 쓰는 주택에 5인 이상 사는 가구는 최대인 16만5,000원짜리 바우처가 지급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에너지원의 지역 간 편차가 반영되지 않은 일률적 기준이라고 우려한다. 이원학 강원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관령 산지와 제주도 바닷가에서 부담하는 냉ㆍ난방비는 3배 가량 차이가 나고, 등유 값은 도시가스보다 훨씬 비싸면서 지역마다 다른 현실도 세심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처와 공공기관별로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노후 배관 수리, 요금 할인 등의 복지 사업을 운영하면서 국내 에너지 복지 규모는 연간 4,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박 위원은 “에너지 복지 정책의 근본 목표는 에너지 빈곤층의 해소”라며 “이를 위한 종합대책을 세운 다음 그 안에서 세부 제도가 유기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에너지 바우처 사업 예산은 1,058억원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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