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품질향상 필수농자재 부상...정전·다이옥신 발행 등 골칫거리
지난달 12일 경북 의성군 옥산면 일대 3,021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곧바로 다시 들어왔지만, 예고 없는 정전에 주민들의 놀라움은 컸다. 과수원 주변에서 바람에 날려 온 폐은박지(반사필름)가 주범이었다. 전봇대 전기절연장치와 전선에 걸려 정전이 발생한 것이다.
은박지 등 폐농자재에 의한 정전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 지역본부에 따르면 대구 경북에서 은박지 등 폐농자재로 인해 정전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36건, 올해 43건이나 된다.
특히 은박지 피해는 정전사고뿐 아니라 농민들이 임의로 소각하는 과정에 산불이 날 수도 있고,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생기기도 한다.
과수농사를 짓는 이중호 영주시의원은 “해마다 이맘때는 과수농가들이 반사필름 처리를 요청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며 “마을단위로 모아 처리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이는 경북 지역 시ㆍ군이 반사필름 구입비의 30% 가량을 지원하면서도 정작 수거에는 손을 놓은 때문이다.
폐반사필름은 마을단위로 일정한 장소에 모아 두면 청소차량이 무상으로 싣고 가거나 농민들이 직접 쓰레기처리장까지 싣고 가야 하는 경우, 싣고 가도 1톤당 1만5,000원의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등 시ㆍ군별로 제각각인 것도 농민들에게는 불만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 농민들은 몰래 태워버리는 일도 종종 생기고 있다.
일선 시ㆍ군 등에 따르면 3,188농가에서 3,278㏊의 사과를 재배하는 영주 지역에서는 700여㏊에 1롤 당 100㎏이나 되는 반사필름 사용량이 7,000롤에 이르는 등 경북 전체로는 연간 수 천톤의 폐반사필름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수거율은 극히 낮다. 영주 지역 수거율은 38%로, 집중수거기간 내에 쓰레기 매립장으로 가져 오면 무상이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톤당 1만5,000원을 받고 있다.
연간 230여 톤을 사용하는 예천군에서는 수거량은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수거율이 비교적 높은 안동시는 1,500톤 중 1,000톤 정도 수거하고 있다. 농민들이 마을 단위로 일정 장소에 모아두면 청소차량이 순회하며 무상 수거하는 게 이 정도다.
청송군은 1만6,630롤이 사용됐지만 수거량은 500톤에 불과했으며, 봉화군은 환경보호 차원에서 보조금은 착색향상제에만 지원하고 폐 반사필름은 직접 매립장으로 가져가도 처리비를 따로 받고 있다.
경상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창화 위원장은 “농가 폐비닐은 공동집하장을 확충하고 비용까지 주면서 수거하지만 실제로 골칫거리는 폐은박지이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배유미기자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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