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이 출자?운영함으로써 과잉진료 없이 충실한 진료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확산되고 있는 의료생활협동조합 병원 중 수십 곳이 실제로는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되다 적발됐다. 의료법상 무자격자들이 허위로 조합원을 모집해 의료생협 병원을 설립한 뒤 수익을 내기 위한 과잉진료와 허위 급여청구 등을 일삼아 건강보험재정을 축냈다.
보건복지부는 경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합동으로 올해 6~11월 의료생협이 개설한 의료기관 61곳을 조사한 결과, 49곳이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됐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대전의 한 병원사무장 A(56)씨 등 35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하고,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4급 직원 성모(4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성씨는 A씨가 의료생협 인가를 받도록 허위 서류를 작성해준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조사 결과 이들은 본인부담금 면제 등 ‘공짜’ 마케팅으로 환자들을 끌어들였다. A씨는 3,000원짜리 공짜 점심을 제공하며 환자를 유인한 뒤 과잉진료와 특정 제약사의 약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또 멀쩡한 간호조무사들에게 침을 놓고 요양급여를 부풀려 청구했다. 보건당국은 조사대상 병원 61곳 중 허위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를 청구한 59곳에 대해 진료비 1,510억원을 환수하기로 했다.
이들이 의료생협 병원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조합원 300인 이상 ▦최저출자금 3,000만원 ▦배당금지 조건만 충족하면 손쉽게 병원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의료인, 의료법인, 비영리법인만 설립할 수 있어 의료면허가 없는 사무장이 병원을 세우는 것은 불법이지만 비영리법인인 의료생협의 병원 설립은 허용된다. 적발된 이들은 조합원 명단을 허위로 기재해 조합원 수를 부풀리거나 출자금을 대납하는 수법으로 어렵지 않게 인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미라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서기관은 “의료생협을 통한 병원 설립 조건이 느슨하고, 지자체에서도 엄격한 심사 없이 인가를 내주다 보니 허위 서류 제출 등을 통해 사무장병원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인은 1명당 1곳의 병원만 설립할 수 있지만 의료생협은 개설 가능한 의료기관 숫자에 제한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생협의 변질을 막기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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