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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언론과 취재원 보호

입력
2014.1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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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언론사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내부 문건을 보도했다. 박근혜 정부의 ‘그림자 실세’ 의혹을 받았던 정윤회씨가 청와대 비서관 등을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 비서관 등은 해당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런데 명예훼손 고소로 시작된 사건이 문건의 명예훼손 여부가 아닌 문건 유출 경위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하며 검찰에 유출 경위까지 수사할 것을 당부했다. 검찰은 문건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압수ㆍ수색 여부를 저울질하며 해당 기자에 대한 통신내역 조회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이 언론사 및 기자를 직ㆍ간접적으로 압박해 취재원의 신원을 파악하려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취재원 신원을 놓고 언론사 및 기자를 압박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정부 또는 공직자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있는 경우 내용의 진위 및 명예훼손 여부와는 별도로 취재기자를 상대로 취재원 신원을 알아내기 위한 조사가 시작된다. 참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조사를 하는 것은 물론 통화내역 조회와 위치추적 등을 통한 간접적 압박이 이어진다.

수사기관의 언론에 대한 압박은 필연적으로 취재원이 정보제공을 꺼리는 환경을 조성한다. 신원이 밝혀지면 조직 내에서의 징계 외에도 형사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권력의 특성상 내부의 비리는 공익적 제보가 아니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독일 등은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정비해 놓고 있다. 미국은 이미 1896년 취재원 보호를 규정한 방패법(Shield law)을, 2007년에는 법정에서도 취재원을 밝히지 않을 수 있는 ‘정보의 자유유통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독일도 기본법에서 취재원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의 취재원 보호의 범위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취재원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정보 외에도 취재 내용이 적힌 취재수첩 등도 보호대상에 포함된다. 독일의 경우 보도되지 않은 정보가 유출되면 정보제공자의 신원이 밝혀질 수 있는 경우 기사화되지 않은 내용까지 포괄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언론사에 대한 압수ㆍ수색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미국은 ‘사생활 보호법’에서 취재 기사 또는 언론사가 보유한 취재정보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압수ㆍ수색을 금지하고 있으며, 독일도 유사한 내용을 연방형사소송법에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취재원 보호법은 우리에게도 존재했다. 1980년 12월 제정된 언론기본법 제8조 제1항은 “언론인은 공표사항의 제보자 등의 신원이나 공표내용의 기초가 된 사실에 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 언론인의 진술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내용에 기초가 된 사실을 확인 또는 수사할 목적으로 압수ㆍ수색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선언적 규정에 불과했지만 내용 자체는 미국ㆍ독일과 유사하다.

이후 언론기본법이 폐지되며 취재원 보호조항은 현행법에서 사라졌고,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실제 제정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법원은 판결을 통해 간접적으로 취재원 보호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이 철도차량의 하자보수 문제를 언론에 제보했다가 해임된 직원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물론 법원이 직접적으로 취재원 보호 필요성을 적시한 것은 아니지만 공익적 제보를 정보 유출로 판단한 징계처분이 잘못됐다는 판시를 하며 간접적으로 취재원 보호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제5공화국 당시 뉴스 시작을 알리는 ‘땡’ 소리가 나면 곧바로 대통령의 동정이 보도됐다. ‘땡전뉴스’다. ‘땡전뉴스’로 기억되는 제5공화국 뉴스는 좋은 내용 일색이었다. 그러나 아름답고 좋은 뉴스만 보도되는 제5공화국은 실제로 좋지 않은 정권이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등장한 추악하고 나쁜 뉴스로 인해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졌다. 취재원은 나쁜 뉴스의 실마리를 제공해 권력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고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시키는 존재다. 언론의 취재원 보호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 윤 법무법인 예율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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