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0억원 드는 53.2km 구간 공사
국토부 "지하철 운영 지자체가 책임" 시 "노인 무임운송 정책으로 적자"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 등에서 불거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예산갈등이 서울시 지하철역의 내진보강을 위한 예산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정부는 지하철역의 내진보강은 지하철 운영을 책임지는 시의 몫이라는 반면, 시는 사업에 대한 예산지원이 안 되면 노인무임승차 등 정부시책에 따른 운영손실금이라도 보전해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9일 시에 따르면 지하철 1~4호선 전체 구간 가운데 내진성능평가에서 불합격판정을 받은 내진보강대상 구간은 53.2km에 이른다. 도시철도 내진설계기준 등이 제정(2005년 6월)되기 전에 건설된 탓이다. 현재 내진보강대상 가운데 2호선(대림~신도림), 4호선(당고개~상계) 등 3.8km 구간에서 내진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구간의 사업비는 시와 지하철1~4호선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메트로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시와 서울메트로는 올해 내진보강에 각각 64억원 가량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내진보강대상 53.2㎞ 구간의 총 사업비는 약 3,220억원”이라며 “매년 적자인 서울메트로에게 내진보강 사업비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메트로는 ‘도시철도 건설과 지원에 관한 기준’에 의거해 내진보강 공사가 처음 시작된 2011년부터 국토교통부에 관련 예산의 국비지원(40%)을 요구해왔다.
국토부는 그러나 올해까지 국비지원을 거부해오다 2015년도 예산에 처음 227억원을 반영했다. 국토부는 과거 내진시공이 안 된 지하철역사의 보강 등은 이를 운영하는 지자체가 책임지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건설 중인 지하철 공사에는 내진설계가 반영돼 있다”며 “엄밀히 따져 광역철도가 아닌 구간은 정부 책임이 아니지만 내진보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번에 예산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와 서울메트로는 ‘선심 쓰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시책에 따른 65세 이상 노인 무임운송 등으로 운영적자의 상당부분이 발생하는데, 막상 원인을 제공한 정부는 모든 책임을 지자체에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메트로의 무임운송에 따른 손실액은 1,693억원으로 지난해 운영적자액(1,295억원)보다 약 400억원이나 많다. 특히 급속한 노령화 등으로 무임운송 손실액은 향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강감찬 서울시의원(새누리ㆍ송파4)은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지하철5~8호선)의 무임운송에 따른 손실규모는 총 적자액의 67%”라며 “근본적인 개선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무임운송 보전 등 지하철에 대한 적자보전이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 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적자액 보전은 사실상 힘들다”며 “내진보강 예산은 매년 예산계획 때마다 필요성에 따라 수립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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