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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한 오만

입력
2014.12.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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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사면초가다. 읍참마속만이 해법이란 호소에 보혁 구분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끄떡없다. 외려 오기를 더 벼리는 것 같다. 사진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 함께 오찬회동 중인 박근혜 대통령. 이날 그는 “누가 뭐라 해도 난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쯤 되면 사면초가다. 읍참마속만이 해법이란 호소에 보혁 구분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끄떡없다. 외려 오기를 더 벼리는 것 같다. 사진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 함께 오찬회동 중인 박근혜 대통령. 이날 그는 “누가 뭐라 해도 난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착각일 때 확신은 위험하다. 바로잡을 수 없다. 권좌가 심은 오만은 몽매에 외피를 씌운다. 농단은 측근에 내맡기고 애오라지 기도다. 국정이 신앙인가. 나라가 걱정이다. 통촉하소서.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살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도 그렇지만 아버지가 대통령일 땐 한자리 얻어보려고 구름처럼 모였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런 경험은 박 대통령을 주변 사람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폐쇄적 성향으로 이끌었다. 18년 간의 칩거를 끝내고 1998년 정계에 입문할 때 자신을 도왔던 사람이 정윤회와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이다. 어렵고 외로울 때부터 줄곧 곁을 지켜온 그들에게 박 대통령이 가족 이상의 애정과 신뢰를 보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할 법도 하다. (…)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진 지도자다. 개인적인 삶의 궤적에서 비롯된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인간관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뿐더러 국정운용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 대통령을 만든 측근들은 친인척들의 권력 사유화를 막으려 하고 친인척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측근들을 견제하려 한다. (…) 박 대통령은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누나가 무섭다”고 말할 정도로 각별히 단도리 한 듯하다. 그러나 똑같이 단속해야 할 측근들의 전횡 가능성에는 촉수를 뻗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그들은 일개 비서관이고 심부름꾼일 뿐이다”이라고 두둔했지만 심부름꾼이어야 할 측근들이 대통령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마음대로 국정을 쥐락펴락하는 실상은 알지 못했다. (…) 박 대통령은 그제 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나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누가 뭐라 해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들이 모두 잘못됐다고 얘기하는데도 나만 옳다고 고집하는 박 대통령의 맹목적인 자기 확신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박 대통령은 1991년 2월 21일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인간의 가장 큰 병통은 오만이라고 했는데, 사람 마음을 병들게 하고 비뚜로 나가게 하는 근원은 항상 여기에 있다. 우쭐하는 데서 시작되는 이 마음의 병은 눈과 귀를 막아 간신, 충신을 구별 못하게 하고 충언과 아첨 등을 구분 못하게 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오만이나 독선의 길로 가고 있지 않은지 헤아리기 바란다.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통령이 걱정스럽다(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리더에게 자기확신은 중요하다.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강한 확신 없이는 조직이나 나라를 이끌어 가기 어렵다. 하지만 자기확신과 사리판단은 별개다. 자기확신이 지나친 나머지 분별력을 잃는다면 올바른 리더가 될 수 없다. (…) 진정성은 진정성이고 국정운영 능력은 능력이다. 지금 박 대통령에게 절실한 것은 나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호소가 아니라 왜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는지 그 근본적 원인을 성찰하고 더 늦기 전에 문제를 바로잡는 분별력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 대통령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세상을 온통 시끄럽게 하고 있는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한마디로 ‘찌라시에나 나올 얘기’라고 일축했다. (…)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누가 보더라도 검찰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사실무근’으로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 꼴이다. (…) 분별력을 의심케 하는 자충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 검찰 수사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다. 불법 유출된 청와대 문건에 적시된 바로 그 장소에서 비선 실세와 이른바 ‘십상시’의 모임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99%다. 그걸 확신하기에 박 대통령도 정면돌파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 한번 시작된 의혹은 계속해서 꼬리를 물게 돼 있다. (…) 박 대통령은 지나친 자기확신을 내려놓고 마음부터 활짝 열어야 한다. 최측근 몇 명에 의존하는 불투명한 인사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계각층과의 폭넓고 진솔한 소통에 힘써야 한다. 대통령의 실패는 대통령 한 사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폐쇄적인 국정운영과 결별하지 못한다면 실패는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박근혜의 정면돌파?(중앙일보 기명 칼럼ㆍ배명복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 ☞ 전문 보기

애초 해선 안 될 수사였다. 야인의 국정 자문이 범죄는 아니다. 남북 정상 비밀 대화를 까발려도 수백만원이면 면죄부를 살 수 있다. 이미 결과는 오염됐다. 하수인 오명만 남을 터.

“지난 2일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김진태 총장은 1주년 소회로“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 관계인을 차별하거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이 말은 그러나 무기력하게, 한편으로는 안쓰럽게도 들렸다. 당일 아침 조간신문들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의혹에 대해 “내용은 루머”“문건 유출은 국기문란”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일제히 실렸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사실이 아니니, 이를 보도한 기자들과 청와대 문건 유출자를 처벌하라는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 검찰의 어려움은, 대통령의 노골적인 압력뿐만은 아니다. 사안 자체가 수사로 정리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누구라도 정리를 해야 하니 떠밀려서(고소로 인해) 검찰이 나서기는 했지만, 검찰이 개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사안인지 의문이 든다. 우선 ‘청와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수사(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는 국제적인 망신이 됐던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기소건과 기본적으로 같은 성격이다. 명예훼손죄는 대다수 선진국에서 사라지거나 사문화됐고 유엔도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부실한 기사를 견제한다는 이유로 형사상 처벌을 일반화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권력에 대한 감시를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 자유의 위축을 부른다. (…) 더 나아가 검찰이 “정씨가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들과 정기 모임을 갖고 국정에 개입했다는 문건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한다고 여론이 잠잠해질까. 청와대의 바람과 달리, 가토 전 지국장은 일본에서 ‘스타’가 됐으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한 산케이 신문 기사 내용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계속 언급되며 재생산되고 있다. (…) 더구나 비선실세 논란은 이미 문제의 문건 내용을 넘어섰다. 박 대통령이 지난 해 문화체육관광부 국ㆍ과장을 콕 집어 “나쁜 사람”이라고 교체를 지시했다는 것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인정한 사실이다. 정씨가 승마선수인 딸의 판정결과에 불만을 가졌고, 이후 승마협회가 조사한 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관련 공무원에게 벌어진 인사 전횡이라는 의혹이다. 이처럼 무한정 확장되고 있는 국정농단 정황과 암투, 인사 파동 등이 청와대의 쇄신과 반성 없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 수 있을까. 검찰에 이를 떠맡기는 것은 정권의 무책임이다.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망친다고 해도 범죄가 아니니 처벌할 수 없고, 물적 증거가 나오기도 어렵다. (…) 박 대통령은 이번 문건유출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검찰은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청와대 비서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한 김진태 총장이 청와대의 압력 속에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검찰수사로 무엇을 해결할 수 있나(한국일보 ‘36.5°’ㆍ이진희 사회부 기자) ☞ 전문 보기

“‘정윤회 동향’ 문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열흘째다. (…) 수사의 방향은 두 가지다. 문건 내용이 사실인지와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예결위 소속 의원 등과 만나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라고 언급했다. 참석자들은 “중요한 것은 문건이 유출됐다는 것과 그 내용이 모두 틀렸다는 것”이라는 대통령 발언도 전했다. (…) 대통령 발언이 보도된 7일 저녁 한 검찰 고위 간부는 “ 할 말이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검찰은 곧 인사를 앞두고 있다. (…) 이번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 발언은 두 번째다. 처음엔 문서 내용보다는 유출 과정에 집중했다. 지난 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문건 유출을 ‘국기문란 행위’라고 했다. (…) 다시 일주일도 안 돼 문건의 신빙성에 대한 두 번째 발언이 나온 것이다. 마침 문건 진위를 확인하는 수사가 급진전을 이루는 시점이었다. (…)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청와대에서 단정적으로 ‘아니다’고 얘기해 놓으면 수사 결과가 진짜 아닌 것으로 나와도 ‘수사를 제대로 했겠느냐’는 불신이 남는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야당은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이번 사건은 권력 암투 논란에 관한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정치권 안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런 사안을 수사로 밝혀내려다 보면 후유증이 남기 마련이다. 이번 수사로 국민들 마음속에 검찰에 대한 불신과 의혹만 남는다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불신과 의혹 앞에 선 ‘정윤회 문건’ 수사(중앙일보 ‘취재일기’ㆍ최현철 사회부문 기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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