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 올해 인력 두배로 늘려
우리은행 '100세 파트너' 849명
ELFㆍ패키지 분산 투자 등 다양
보험사의 전유물에 가까웠던 은퇴설계시장에 은행권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은 불과 2, 3년 전. 예대마진으로는 더 이상 먹고 살기가 쉽지 않아진 상황에서 은퇴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포착된 탓이다. 특히 최근 저금리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다급해진 은행들은 은퇴설계시장을 선점하려는 발걸음을 훨씬 재촉하는 모습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퇴설계시장에서 은행의 움직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은퇴전문 상담인력 양성이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각 은행의 은퇴 전문 상담사들은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개인재무설계사(APEK) 등의 자격증은 기본이고, 퇴직연금 전문인력 양성교육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밟는다. 심지어 최근 개정세법이나 국내외 은퇴시장 동향, 은퇴설계 상담방법 등을 주기적으로 재교육 받고 있을 정도다.
2012년 일찌감치 연구소를 만들어 은퇴설계시장에 동시에 뛰어든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올 들어 잰 걸음을 내고 있다. NH농협은행의 NH은퇴연구소는 작년까지 350명에 불과하던 '은퇴설계 카운셀러'를 10월말까지 두 배가 훨씬 넘는 900명으로 확대했고, 우리은행도 '100세 파트너'를 양성해 현재 839명을 전국 영업점에 배치했다. IBK기업은행은 올 8월 IBK평생설계센터를 출범시키며 은퇴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210명 가량인 ‘평생플래너’를 연말까지 100여명 증원하는 한편, 내년 하반기까지는 전 지점에 평생플래너가 1명 이상씩 배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은행 측 목표다. 신한은행의 미래설계센터도 '미래설계컨설턴트'를 양성해 현재 70개 지점에 배치한 데 이어 내년에는 그 수를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하나의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만큼 주력하는 상품도 나름의 특색을 갖췄다. 신한은행은 은퇴 자금에서 원금손실이 나지 않도록 주가연계펀드(ELF)를 중심으로 한 저위험ㆍ중수익 상품을 추구한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은퇴생활비 전용 '미래설계통장'은 출시 8개월 만에 70만좌를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는 중이다. 우리은행은 은퇴자금을 준비단계, 운용단계 등으로 구분해 이들이 가입할 만한 상품을 은행, 보험, 펀드 등에 분산투자 할 수 있는 '우리청춘 100세 금융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카드 부분도 개발 중에 있다. 은퇴 후 고정수입이 있는 고객을 겨냥한 기업은행의 '평생설계통장'은 통상 금리가 0.1%에 불과한 수시입출금식통장임에도 불구하고 4대연금이나 기초노령연금 등을 이 통장으로 수령하는 경우 50만원 이하 잔액에 대해서는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연 1.85%)를 제공한다. 기업은행은 이르면 내년 쯤 생애주기별로 포트폴리오를 짜면서 연금을 구성할 수 있는 소득비례형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시니어고객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건강 이슈를 부각시켜 만든 NH농협은행의 '내생애 아름다운 예ㆍ적금' 상품은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재해사망보장, 장례지원 서비스 등 생애주기서비스를 결합했다.
황원경 KB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시장을 위한 마케팅 경쟁에 뛰어드는 추세“라며 "아직은 45~50세 등 특정 타깃만을 고집하지만 앞으로는 노후를 전생애주기별로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는 보다 유연한 상품이 많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