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시신 사건 탓에 괴담 확산 카카오톡 등 온라인 타고 번져
막연한 불안감이 뜬소문 양산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한 등산로에서 몸 속 장기가 모두 사라진 채 토막 난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을 중심으로 ‘장기매매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6일 카카오톡에선 ‘수원 토막 살인 사건이 장기매매의 일종’이라는 메시지가 퍼졌다. 해당 메시지에는 장기매매 수법에 대해 ‘젊은 남녀를 기절시킨 뒤 몸 안에서 필요한 것(장기)을 꺼내 아이스박스에 넣고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중국이나 동남아로 장기가 팔려 가는데 사람 한 명당 1억원이 넘게 장기가 나온다’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괴담은 2년 전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던 유언비어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버전의 장기매매 괴담도 나돌고 있다. 한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지난 5일 서울 상도 1동에 붙었다는 벽보를 촬영한 사진이 올라왔다. ‘신종범죄’를 경고하는 벽보에는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이 해산물을 판매하면서 냄새를 맡게 하려 하면 절대 맡지 말라”며 “해산물에 묻은 에틸에테르 마취약 냄새를 맡으면 정신을 잃게 돼 장기매매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장기매매 관련 범죄가 종종 적발되고는 있지만 강제 장기적출 사건은 한 건도 없고 모두 허가를 받지 않은 이식수술용 장기 밀거래에 국한돼 있다. 지난해 6월 충북지방경찰청은 인도의 한 병원에서 장기매매를 알선한 김모(45)씨 등 3명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또 지난 3월 논산경찰서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와 시외버스터미널 화장실에 ‘장기(신장)매매’ 스티커를 부착한 뒤 수십 명으로부터 검사비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피의자를 상습사기 혐의로 붙잡았다. 하지만 이처럼 개별 사건을 제외한다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장기밀매 실태가 수면 위에 제대로 드러난 적은 없다. 이런 정보 부재에 토막 시신 사건에서 발생한 불안감이 결합하면서 근거 없는 루머를 낳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형사 과장은 “20년 가까이 수사를 하면서 장기매매를 위해 사람을 납치하거나 살인을 저지른 사건은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다”며 “루머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 서부경찰서도 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신 감식 결과 해당 사건에서 장기매매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부검의 소견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매매를 위해 장기를 적출할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흉골 절제 흔적이 시신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또 장기 이식 수요가 가장 많은 신장은 시신에 일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청 사이버수사 관계자는 “국민적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는 만큼 장기매매 괴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지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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