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국악관현악단 음악극 '금시조'
소설가 이문열 동명 소설 무대화
창단 50년 맞아 총체적 성과 보여줘

금시벽해(金翅擘海). 서예의 최고 경지를 가리키는 이 말은 ‘금빛 날개가 바다를 가른다’, 즉 글씨가 아름답고 치밀함을 뜻한다. 내년이면 창단 50주년을 맞게 되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첫 번째 기념 공연으로 음악극 ‘금시조’를 내놓으면서 꾸는 꿈이기도 하다. 칠순의 서화가 고죽과 그의 스승 석담 사이의 심오한 애증을 그린 이문열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19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연극을 위해 음악이 들어가는 ‘음악극’이 아니라 음악으로 끌고 가는 ‘극음악’이다.” 연출자 윤중강씨는 이 무대의 비중이 서사보다는 음악 쪽에 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노랫말, 주인공의 성장 과정이나 서예 대목 등에서 관련 동영상을 쓰지만 무게중심은 음악이다.
1시간 40분 동안의 무대는 국악관현악이 서양의 음악 어법을 어디까지 내면화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놓지 않는다. 서양식 합창단을 동원하는 것도 동시대와 소통하기 위해서다. 작곡가 신동일씨는 “흔히 쓰는 서양 음악의 3화음이 아니라 국악기의 색깔을 선명히 드러나게 하는 7화음을 적극 구사했다”며 이번 작업의 골자를 짚었다. 흔히 보듯 퓨전, 뉴 에이지, 재즈 등 특정 장르와 혼합된 국악이 아니라 화성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천착했다는 것. 그렇게 만들어낸 음악은 더러 현대음악을 듣는 듯 선명하지 않고 모호하기까지 하다.
고죽이 구도의 길을 결심하고 첫 가출했을 때 기생들과 함께 부르는 합창, 고죽과 연인 매향의 이중창, 고죽과 석담이 필법을 두고 벌이는 준열한 논쟁에서 타악기 등이 펼치는 즉흥 등에서 현재까지 국악관현악이 일궈낸 성과를 총체적으로 펼쳐보일 전망이다. 서양식과 국악풍의 연주가 1 대 1의 비율로 혼재돼 두 어법의 스밈을 보여준다. 바리톤이 국악적 시김새를 적극 구사하는 것은 일례다.
등장하는 음악은 모두 13곡. 따로 떼어내 단일 작품으로도 연주될 수 있을 만큼 서로 독립적이다. 처음부터 하나의 모음곡처럼 작곡했다. 그는 “이 작품이 독립적 국악관현악 소품들의 모음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며 이번에 연주할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불교연합합창단에 기대감을 표했다.
황준현 예술감독은 “흔히들 어려워하는 국악관현악이지만 신동일의 아름다운 음악 덕에 ‘레 미제라블’ 못지 않은 감동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1년여의 준비 작업 끝에 나온 이 작품은 완성도를 높여 내년 12월에도 공연될 예정이다. 박봉진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무대에는 법현스님이 특별 출연한다. 한일경 권송희 등 출연. 1544-1555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