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적 양호했던 하이닉스 제외
에너지 정철길ㆍ텔레콤 장동현 사장
네트웍스 문종훈ㆍC&C 박정호 사장
SK그룹이 에너지와 화학, 정보통신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대거 교체했다. 철저한 성과주의에 바탕을 둔 쇄신인사라 평가된다.
SK그룹은 9일 최고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와 관계사별 이사회를 열고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올해 양호한 실적을 올린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 C&C 등 핵심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물갈이 됐다는 점이다.
이날 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 사장 정철길(60) SK C&C 사장 ▦SK텔레콤 사장 장동현(51) SK플래닛 최고운영책임자(COO) ▦SK네트웍스 사장 문종훈(55) SK수펙스추구협의회 통합사무국장 ▦SK C&C 사장 박정호(51) SK C&C 기업개발 부문장(부사장)이 각각 이동, 승진 보임됐다. SK에너지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겸직한다. 이번 인사에서 SK그룹 계열사 사장에 오른 인물들의 공통점은 위기돌파 능력을 갖춘 구원투수형이라는 점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실적 부진이나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며 “새로 임명된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위기 탈출의 새로운 돌파구까지 마련하라는 임무가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단에 오른 인물들의 이력에서도 이런 점들을 찾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를 책임질 정철길 사장은 1979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유공)에 입사, 석유개발 사업을 담당했다. SK C&C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과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 총괄 사장을 지낸 데 이어 SK C&C 대표이사 사장(2011년)에 올랐다. 정 사장은 SK C&C를 이끌면서 방글라데시 중앙부처와 산하행정기관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기간 인프라 사업을 수주하고, 중고차 거래 전문 플랫폼인 ‘엔카’를 중심으로 비 IT 분야에서의 사세 확장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정 사장은 글로벌 사업과 비 IT 사업 발굴을 통해 내수기업이던 SK C&C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며 “앞으로 에너지와 화학업계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수장에 오른 장동현 사장도 정보통신업계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정체 중인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과 마케팅부문장을 거쳐 지난해 말 인사에서 SK텔레콤의 플랫폼 자회사인 SK플래닛 사업운영총괄(COO) 부사장으로 이동했다. 장 사장은 창조경제혁신추잔단장도 맡아 창조경제 프로젝트 발굴도 담당한다.
이와 함께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은 워커힐 경영총괄 사장과 SK마케팅앤컴퍼니 사장 경험을 살려 SK네트웍스의 경영정상화를 주도할 예정이다.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SK C&C 사장에 오른 박정호 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SK텔레콤 부사장과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을 역임했다.
SK그룹은 또 의장후보추천특별위원회와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김창근 의장을 ‘따로 또 같이 3.0’ 체제 2기 의장으로 재추대했다. 김 의장은 “경영환경 악화와 경영공백 장기화를 돌파하기 위해 전략적 혁신이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이를 주도할 리더십 쇄신이 절실했다”고 이번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SK그룹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 여파 속에 예년 보다 크게 밑도는 수준의 승진 30명, 신규선임 87명 등 총 117명의 승진인사도 실시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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