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소장 이어 한국인 연속 배출...北인권 재판 회부 추진 상황서 뽑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 회부를 추진하고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재판관에 한국 출신의 정창호(48ㆍ사진)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유엔재판관이 선출됐다.
정 재판관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ICC 재판관 선출을 위한 1차 투표에서 유효표(104표)의 3분의 2(70표)를 넘는 73표를 얻어 임기 9년의 재판관에 뽑혔다. 정 재판관이 당선됨에 따라 한국은 송상현 재판관에 이어 연속으로 ICC 재판관을 배출한 국가가 됐다. 송 재판관은 2003년부터 12년째 재판관을 지내고 있으며 2009년부터는 재판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6명 재판관 자리를 놓고 출마한 17명 중 1차 투표에서 당선된 후보는 정 재판관이 유일하다.
ICC는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 중대한 국제인도법 위반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려고 만들어진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다. 1998년 체결된 로마조약에 따라 2002년 7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공식 문을 열었으며 현재 122개국이 가입해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와 대부분의 아랍국가 등 상시적으로 국제분쟁에 휘말리는 국가들은 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서명한 뒤 2002년 11월 비준해 83번째 당사국이 됐다. 북한은 비가입국이다. 재판관은 총 18명으로 3년마다 6명을 번갈아 선출한다.
정 재판관의 당선은 북한 인권 상황의 ICC 회부가 추진 중인 상황이어서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엔총회는 북한 인권 상황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ICC에 회부토록 하는 결의안을 지난달 3위원회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이번 달 본회의에서도 채택할 방침이다.
내년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정 재판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주 오스트리아 대사관 사법협력관,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뒤 2011년 8월부터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재판관을 맡아 왔다.
정 재판관은 당선 직후 우리 유엔대표부에서 인터뷰를 갖고 “ICC의 비효율성으로 지적된 재판 속도를 높여 정의가 빨리 구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에 대한 ICC 회부 논의와 관련해서는 “임기가 시작되지 않아 실체적 내용에 대해 말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법의 틀을 이용해서 다루겠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엔 안보리 회부와 상관없이 ICC가 북한에 대해 예비 수사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ICC 수사는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북한은 비회원국이어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리 결의가 이뤄져 비회원국 북한에 대해 수사를 하더라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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