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가계대출 증가액이 사상 최대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7조8,000억원 증가한 73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예금취급기관은 은행을 포함해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우체국예금 등 금융기관을 망라한다. 10월 가계대출 증가액 가운데 5조4,000억원(69.2%)은 주택담보대출로 파악됐다.
가계대출 급증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규제 완화 등 전방위 금융완화 조치에 더해 잇단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특히 10월엔 가을 이사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반영돼 주택구입자금 및 전세보증금 인상분 충당을 위해 대출액이 더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가계대출 급증 현상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가계대출 증가로도 이미 가계부채 상황이 위험한 지경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가계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부채 상황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이다. 미국 양적완화 종료 및 금리인상 현실화에 따라 내년 중 국내 금리가 인상될 경우,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가구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한은 총재조차 최근 “금리가 오르면 한계가구 중 일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계가구란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 즉 부채상환부담률이 40%가 넘고,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많은 가구를 말한다.
가계부채 증가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잇단 경고에 따라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누그러뜨리는 조치를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TVㆍDTI 규제를 일부 복구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 동안의 금융완화책이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수정하는 건 맞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대출선 조이기는 자칫 금융사에 규제를 빌미로 대출금리를 올리는 ‘꼼수’를 부릴 여지를 주기 십상이다. 그 경우 한계가구, 또는 전세보증금 인상분을 고스란히 대출로 채워야 하는 서민들은 실질적인 대출금리 인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대출 증가세를 적정선에서 관리하되, 서민들의 저금리 대출선은 최대한 유지되도록 섬세한 정책조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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