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쪼개기 결의안 통과 유럽 검색시장 92% 압도적 점유율
유럽 反구글 정서 높아져
美 NSA 무차별 감시프로그램에 최대협력자로 꼽히며 미운털 박혀
현실적 제재 수위는 거액의 벌금이나 사업제재 가능성
구글을 향한 유럽연합(EU)의 압박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EU의회는 지난달 27일 구글의 검색 사업과 광고를 포함한 다른 사업을 분리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에서 구글의 독점을 견제하겠다는 취지의 일명 ‘구글 쪼개기’ 결의안은 이날 찬성 384표, 반대 174표, 기권 56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구글은 (EU의회) 결과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을 피했다.
EU의 견제 낳은 구글의 독점
외신들은 그러나 EU의회의 결의안이 실제로는 구글을 분리할 어떤 권한도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EU의회의 결정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이 EU의 구글 분할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며 “상징적 조치”로 평가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결의안이 반(反)독점을 위한 압박을 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EU의회의 결의안을 “정치적인 행위”라고 분석했다. 유럽 검색엔진 시장의 9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구글을 겨냥한 규제이면서도 결의안에 ‘구글’로 특정해 명시하지 않은 점도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고 구글 쪼개기 결의안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이번 결의안은 EU의회를 구성하는 가장 큰 두 개의 계파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과 중도좌파 사회당그룹(PES)의 지지를 모두 받고 있다.
구글의 독점 논란은 오래된 이야기다. 앞선 2010년 유럽의 경쟁업체들은 반독점법 위반으로 구글을 EU에 제소했다. 경쟁사들은 구글이 검색 결과 창에 자사 서비스를 편중해서 노출하고, 검색어 광고 등에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은 가장 효과적인 형태의 광고다. 구글은 이용자가 검색 창에 입력한 내용을 통해서 그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구글은 그저 그가 찾는 상품 광고를 보여주면 된다. 이를 고려하면 구글이 페이스북과 비교해 4배 많은 수익을 거둬들이며 세계 온라인 광고 수익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구글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은 유럽에서 토착 검색엔진이 자생하지 못하는 배경도 한 몫 한다. 현재 유럽에서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92.38%에 달한다. 반면 구글 태생지인 미국에선 마이크로소프트의 빙과 야후가 3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시장점유율이 60%대인 구글에 대항해 선전하고 있다. 유럽에선 인터넷 산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고 EU 공식 언어만 24개나 돼 검색엔진으로 대표되는 포털 사이트의 발전을 가로 막고 있다.
미국과 구글의 은밀한 동맹
EU가 견제구를 던지자 파장이 구글을 넘어 미국과 유럽의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다. 결의안 통과를 하루 앞둔 26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의원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 IT기업에 대한 (유럽의회의) 결의안은 자유로운 시장경쟁에 대한 EU의 생각에 의심을 일으키게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정부를 대표해 EU에 파견된 사절단은 EU의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구글 문제를 정치쟁점화 하지 마라”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에드 블랙 미국기술무역협회 회장도 “구글에 대한 조사와 같이 정상적인 법적ㆍ경제적 원칙에서 벗어난 정치적 동기가 있는 사건은 정책 입안자들에 대한 신뢰를 손상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를 의식한 듯 구글 쪼개기 결의안을 발의한 스페인과 독일 의원은 즉각 “우리는 구글의 이념이나 사상이 아니라 독점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정부가 구글 옹호에 이처럼 이례적으로 앞장서는 이유는 단순히 자국 기업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구글과 은밀하고 강력하게 정치적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구글은 국내 다음카카오가 감청 논란 이후 도입하기로 결정해 관심을 끌었던 ‘투명성 보고서’를 2년 마다 이미 발간하고 있으며 해당 보고서에선 미국 정부에 대한 구글의 협조를 비교적 상세히 적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구글에게 바티칸을 포함해 각 나라의 민감한 데이터와 유명인의 동향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구글이 발간한 투명성 보고서에서 구글 법무담당 이사 리처드 살가도는 “2009년 보고서 발간 이후 구글에 사용자 정보를 내놓으라는 세계 각국 정부의 요청이 150% 늘어났으며 지난해 하반기에만 15%나 증가했다”고 기술했다. 미국에서만 지난해 하반기에 19% 증가했고 5년간 증가율은 250%에 이르렀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 각국 정부에서 4만8,000개 계정에 대해 3만1,698건의 사용자 정보 제공 요청을 받았다. 국가별로는 미국 정부가 1만2,5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독일(3,338건), 프랑스(3,002건)가 뒤를 이었다. 한국 정부는 416건의 정보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난해 구글이 발표한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선 FBI가 ‘국가안보서신’(NSL)을 통해 2009년과 2011년, 2012년에 각각 1,000~1,999개의 계정을 열람했다고 나와 있다. 2010년에 열람한 계좌는 2,000~2,999개였다.
지난해 미국 정보당국의 무차별 감시를 폭로하고 해외로 망명한 애드워드 스노든도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기업 서버에 직접 접근해 전화 기록, 이메일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고 폭로했다.
독일에겐 구글이 더 눈엣가시다. 가뜩이나 미국이 2011년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휴대전화를 도청한 사건이 터진 이후, 독일에서 구글은 악마나 다름없다.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스프링거의 마티아스 되프너 대표는 구글의 최고 경영자(CEO) 에릭 슈미트에게 “우리는 구글을 두려워한다”는 공개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지만 구글의 비공식 표어이자 모토는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다.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You can make money without doing evil)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잊힐 권리’ 역시 EU가 구글을 견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구글은 5월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페이지에서 시효가 지나고 부적절한 개인정보의 링크 삭제를 요구할 권리를 사용자들이 갖고 있다’는 유럽사법재판소(ECJ) 판결에 따라 이른바 잊힐 권리 신청 14만4,907건을 접수했다. 신청서에 포함된 웹페이지 수는 49만7,507개이며 구글은 지금까지 이 중 17만506개(41.8%)를 제거했고 나머지 23만7,561개(58.2%)는 요청을 거부했다.
벌금은 피할 수 없을 듯
전문가들은 이번 결의안으로 구글이 분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귄터 외팅어 EU집행위원회(EC) 디지털경제 담당 집행위원 역시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 해체는 안 된다”며 “이런 개입은 시장경제가 아니라 계획경제 수단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팅어 집행위원은 과거 구글이 저작권 보호를 받는 자료를 사용하면 EU 차원에서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구글의 제재 수위는 어느 선이 될까.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집행위원은 “구글에 대해 당장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며 최종 결정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전문가들은 결의안의 영향으로 구글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의 노출 빈도를 낮추거나 큰 벌금을 물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수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도달할 수 없다면 구글이 60억달러(6조6,492억원) 또는 글로벌 연간 매출의 10%에 달하는 벌금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혹은 유럽의 경쟁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제한적으로 유럽에서 사업의 자유를 제한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에서 인터넷 업체들이 제재를 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텔이 2009년 13억7,000만달러(1조5,0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는 2013년 30억달러(3조3,255억원)를 지불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6개국 정보보호기관들은 지난해 4월 구글의 통합 개인정보 정책이 EU 기준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변경을 지시했으며 스페인 정보보호당국은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유로 구글에 벌금 90만유로(12억4,107만원)를 부과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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