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피고발인 신분 출석… 비밀회동 여부 중점 조사
'국정농단 의혹' 수사 진행되면 또 조사받을 수도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의 중심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전 보좌관 정윤회(59)씨가 오는 10일 오전 검찰에 출석한다.
정씨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 8월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의 박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지만 비공개 소환이었다.
정씨는 청와대 현직 비서진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지만 이번에는 일단 의혹을 첫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 3명에 대한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받는다.
국정개입 의혹의 파문에서 그의 비중을 감안하면 외적으로는 문건 진위 수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검찰 수사상황과 정씨의 주장 사이에 크게 엇갈리는 부분이 없어 조사 자체는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에 대한 정씨의 입장을 조사할 계획이다. 청와대 비서진들과 강남 중식당 JS가든 등지에서 비밀회동을 했는지, '십상시'로 거론된 청와대 인사들과 교류가 있었는지 등이다.
정씨는 파문이 확산되자 언론인터뷰를 통해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그는 "증권가 정보 '찌라시'를 모아놓은 수준"이라며 "10인이 회동해 국정을 논의하고 내가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것은 완전한 낭설이자 소설"이라고 말했다. 검찰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역시 비밀회동은 없었고, 따라서 문건 내용은 허위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청와대 비서진들의 통신기록 분석 결과 회합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데다 박관천(48) 경정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 입수한 제보 역시 확인되지 않은 풍문 수준인 사실이 지난 8일 제보자와 대질신문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정씨에게 문건 작성의 배후로 민정수석실을 지목한 근거도 물을 방침이다. 정씨는 문건이 보도된 이후 통화한 박 경정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 타이핑한 죄밖에 없다"고 말했다며 문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불러 정씨와 대질신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5일 검찰 조사 때도 "문건의 신빙성은 60% 이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고발돼 피고발인 신분도 겸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7일 정씨와 이재만(48)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12명에 대해 낸 고발장에는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유포',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개입' 등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
검찰은 그러나 청와대 문건 진위·유출 사건을 먼저 마무리한 뒤 이 고발사건을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 조사에 대해 "문건의 진위 파악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국정농단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할 경우 정씨는 다시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가야 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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