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선~현대 주변부 미술의 기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선~현대 주변부 미술의 기록

입력
2014.12.09 04:40
0 0
서경식(오른쪽) 교수는 정연두 작가에 대해 “팝 아트와 고급 예술의 경계에서 작품을 만든다”면서 “현실에 민감하면서도 이를 작품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늘 고민하는 예술가”라고 말했다. 반비 제공
서경식(오른쪽) 교수는 정연두 작가에 대해 “팝 아트와 고급 예술의 경계에서 작품을 만든다”면서 “현실에 민감하면서도 이를 작품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늘 고민하는 예술가”라고 말했다. 반비 제공

‘나의 서양미술 순례’로 알려진 서경식 도쿄경제대 현대법학부 교수가 한국 미술을 담은 책 '나의 조선미술 순례'(반비 발행)를 냈다. 조선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가 특별하게 여기는 한반도의 작가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하고 그것을 기록한 책이다. 한국인에게 선보이는 그만의 '한국미술 기획전'인 셈이다. 출간 이후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_책에서 정연두 작가를 소개했고 양혜규 작가도 언급했다. 최근의 한국미술 작품을 자주 보나.

“일부러 찾아볼 기회는 거의 없다. 양혜규 작가가 베를린에서 전시회를 할 때 내가 현장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정연두 작가는 최근 2년 사이에 친해졌다. 작품을 본 것은 2011년 여름 학생들을 인솔해 한국에 왔을 때다. 학생들이 정연두 작가의 작품에 유난히 주목했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이 사람이야말로 내가 다뤄야 할 작가라고 생각했다.”

_책에서 소개한 작가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나.

“대부분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이 분들은 소위 조선미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미희는 (디아스포라인) 나와 가장 가까운 작가니 당연하고 민중미술 작가(신경호), 여성주의 작가(윤석남), 세상에 없는 월북작가(이쾌대), 그리고 조선 시대의 명인이자 죽기 전 행적이 묘연한, 성소수자 일지도 모르는 작가(신윤복)까지. 부록으로 다뤘지만 파독 간호사 출신 작가(송현숙)도 있다. 미희에 이어 두 번째 만난 사람이 송현숙 선생이다. 내게는 조선이란 단어가 남북한은 물론 해외의 조선인까지 아우르는 의미를 지닌다.”

_후기에 보니 더 많은 작가를 소개하고 싶어했다.

“조양규 작가는 꼭 소개하고 싶었다. 이중섭, 조양규, 이쾌대 세 사람은 한국 서양화의 한 흐름을 구성했다. 이들은 해방 후 행적에 따라 따로따로 조명을 받았다. 이중섭은 남한으로, 이쾌대는 북한으로, 조양규는 일본을 통해 북한으로 갔다. 1950년대 이전 조선의 미술이 하나의 세계로 구성되기 전에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빈 자리를 모노크롬이라는 아주 미학적 경향의 작품들이 점유했다. 이런 흐름을 밝히는 것이 나처럼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사람의 역할인 것 같다.”

_한국 사회는 내셔널리즘을 유난히 강조하는데.

“조선인은 국제적인 민족이다. 조선반도 출신 중 5분의 1 정도가 중국, 일본,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지로 흩어져 있다. 36년간 나라가 없었으니까 당연한 것이다. 한국인은 디아스포라의 정서에 대해 여느 선진국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토양 위에 있다. 그러나 지금은 둘로 분단돼 있다. 국가를 절대시하는 태도가 타당한지에 대해 자연스레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_’나의 조선미술 순례’는 국가주의를 돌파하기 위한 미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국가주의와 국민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국가주의는 국가가 권위를 강제하는 것이고 국민주의는 국가주의처럼 노골적이지 않지만 국민이 자발적으로 국외자를 차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 두 가지에 대한 저항이 내겐 중요한 원칙이다. 이번에도 같은 자세로 글을 썼다. 미술도 얼마든지 국민을 장악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적인 미를 강조하거나 국가가 주체가 돼 미술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 흐름과 거리를 둔 나는 자연스레 그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게 됐다.”

_말하자면 이 책은 저자의 갤러리, 컬렉션이다.

“좋은 표현이다. 책에 소개된 작가들의 몇몇 작품은 실제로 가지고 있다. 다음 책을 낼 때는 전시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현대 예술이 분화돼 작가들이 다른 문화 분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 채 작업하는 것도 문제다. 책과 미술이 연계된 전시라면 재미있을 것 같다.”

_다른 문화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책을 썼다. 성악을 전공한 아내(후나바시 유코)는 '나의 서양음악 순례'에 에프(F)라고 나오는 내 파트너다. 고급문화라 불리는 것들에 대한 학생이나 대중의 편견을 깨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돼 고민이다.”

_사람들이 고급문화를 잘 알아야 한다는 뜻인가.

“모든 문화가 처음부터 고급문화였던 것은 아니다. 성당의 그림은 종교적 의도로 그렸다. 거기에 무슨 미술적 의도가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미술사로 편입되면서 이후 미술의 골격이 됐다. 이렇게 인간의 문화 행위가 형식화하면서 거리감이 생긴다. 그래도 300년 전 유럽에 어떤 미술작가가 있었는지는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다가가기 쉬운 세계에만 머물면 시야가 좁아진다. 시공간적으로 그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시야가 확장되면 자신을 새롭게 볼 수 있는데 그것이 교양이 된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