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었던 올 한해 우리의 바다
실크로드 대장정은 긍지 살려
바다를 재부팅해 블루오션으로
벌써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달이다. 올 한해 돌이켜보건대 우리 바다는 크고 작은 파도로 거칠었다. 가장 큰 파도는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였다. 많은 인명이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었고, 이로 인해 정부 조직까지 바뀌었다. 온 나라는 한명이라도 더 살아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노란 리본의 물결로 뒤덮였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예정되었던 바다의 날 행사는 취소됐고, 지자체 별로 계획하였던 바다의 날 행사도 대부분 열리지 못했다. 그보다 전인 1월 31일 여수의 원유부두에서 싱가포르 선적 유조선이 부두에 접안하던 중 잔교에 부딪쳐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는 지난 1995년 발생했던 유조선 시프린스호 사고의 악몽을 되살렸다. 이 사고 수습 과정에서 담당부처 장관이 물러나는 일도 생겼다. 11월 8일 통영에서 열린 이순신 장군배 국제요트대회에서는 경기 도중 요트와 어선이 충돌해 선수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이후 대회 일정이 취소됐다.
세월호 사고라는 워낙 큰 파도에 묻혀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바다에서 희망을 찾는 행사도 있었다. 4월 11일부터 31일 동안 완도에서는 ‘바다 속 인류의 미래, 해조류를 만나다’란 주제로 국제해조류박람회가 열렸다. 우리나라처럼 오래전부터 미역, 다시마, 김, 파래, 톳 등 다양한 해조류를 식용으로 해온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 이번 박람회는 우리나라 해조류 산업을 한 단계 높일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개막한지 6일째 만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 여파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9월 16일부터 45일 동안 우리나라를 출발해 예전의 페르시아인 이란까지 실크로드 바닷길을 따라 탐험한 해양실크로드 글로벌 대장정이 있었다. 해양수산부와 경상북도가 주관하고 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바다호를 타고 수행한 대장정을 통해 1,300년 전 우리 조상들의 발자취를 찾아보고 진취적인 해양 정신을 세계에 널리 알렸던 행사였다.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여수엑스포 해양공원에서는 ‘해양강국을 열어가는 행복 테크놀로지’라는 주제로 해양수산과학기술대전이 열렸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이 최근 해양수산 분야에서 개발된 신기술과 연구개발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준비한 행사였다.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PICES) 총회와 여수국제해양포럼이 열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를 방문한 해양 전문가들에게 우리의 해양과학기술 수준을 알리는 좋은 계기도 됐다. 이런 일련의 행사로 2년 전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여수세계박람회의 열기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부산 영도에 위치한 국립해양박물관이 국립해양박물관법 제정?공포에 따라 내년 봄을 목표로 법인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2012년 7월 개관한 후 최근까지 300만 명 이상이 방문해 해양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법인이 되면 박물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바다의 꿈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해양수산 분야는 워낙 큰 현안 문제를 해결하느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를 보며 아쉬움 보다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여유가 생기는 것은 내일 다시 해가 뜨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해가 다시 뜨는 것은 컴퓨터를 재부팅하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의 일은 역사로 저장해두고, 새 도화지에 새로운 역사를 그려갈 또 다른 기회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새해 첫날이 되면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기 위해 사람들은 어김없이 동해로 몰릴 것이다. 새로운 해에는 바다에서 꿈을 찾자. 새로운 해에는 바다에서 희망을 캐자. 푸른 바다는 말 그대로 블루오션이다. 블루오션은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해 경쟁자가 없어 미래가 유망한 시장을 말한다. 바다는 우리가 희망을 캐내고 또 캐내도 마르지 않을 곳이다. 내년에는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과 웃음을 주는 바다가 되었으면 한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ㆍUST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