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해 “국민적 의문이 있는 부분에 대한 검찰수사가 성역 없이 빨리 진행돼 잘못 알려진 부분은 국민의 오해를 풀어드리고, 만약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에서 청와대에 반드시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언급했다.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것에 대한 시정’ 가운데 어디에 김 대표의 의중이 있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 몸이라고 한 걸 보면 그 속내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상황을 지켜보자는 취지에는 정권 흔들기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숱한 인사 참사와 위기대응능력 부재, 당청 소통부재를 놓고 김 대표가 과거 수 차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실 문제를 비판해왔던 전력에 비춰본다면 순치인지, 본질에 눈 감은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따지고 보면 문건 파문은 청와대가 안고 있는 숱한 문제 중의 한 현상일 뿐 아니라, 비선 실세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일부나마 드러난 점을 보더라도 상황을 지켜보자는 여당 대표의 인식은 한가하다. ‘오래 전 대통령 곁을 떠나 연락도 끊긴 사람’이 무슨 까닭으로 안면도 없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직접 전화를 시도하며, 이 비서관이 전화를 받지 않자 청와대 부속실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중의 한 사람이 전화 받기를 요구했다는 사실, 그리고 얼마 못 가 이 비서관이 다른 이유로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적 시스템을 초라하게 만드는 비선의 문제, 비서실 전반의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런데도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 모임에서 김 대표는 물론이고 61명의 당 지도부 모두 2시간 동안 쇄신을 위한 진언, 건의 한마디 없이 대통령 띄우기에만 열중했으니 참 딱하다. ‘정윤회 문건’ 내용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라는 대통령의 인식에 누구 하나 토를 달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 정국을 이끌고 여론을 살펴야 할 집권당의 기능이 마비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철저한 검찰 수사를 위해서도 김기춘 비서실장은 물론 문고리 3인방이 청와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말을 왜 하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견제와 비판은 야당만의 몫이 아니다. 오히려 나라가, 정부가 바른 길로 가게 하는 데는 여당의 견제만한 게 없다.
지금 여당 지도부가 수사의뢰ㆍ고발 등으로 공세를 높이는 야당에 “혼란을 부추긴다”느니 하며 반격하는 것은 옹졸한 대응이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게 여당의 일이다. 새누리당 초ㆍ재선 모임이 어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국정운영의 불투명성과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들면서 내놓은 청와대 인사와 인사시스템 혁신, 공적 소통시스템 강화, 인사추천실명제 등 혁신 방안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박근혜 정부는 물론이고 국가를 위해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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