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군사보호구역 내 습지를 선정 계획에 없던 사업… 도의회가 역제안
前의원 부인이 관련단체 운영위원장, 市는 6000만원 들여 위법 객토까지
市 "주말농장 땅 부족… 특혜 아니다"
경기농림진흥재단과 안양시가 농사를 짓지 않고 수년간 묵혀둔 전직 경기도의원의 장인 소유 땅을 객토까지 해주며 도시농업 공모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공모사업은 애초 계획에도 없었지만 최모 전 도의원 재임 시절 도의회의 요구로 갑자기 예산이 편성됐고 지역구였던 안양시가 기다렸다는 듯이 해당 토지를 사업지로 신청했다. 당시 최 전 의원은 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었다.
8일 안양시 등에 따르면 경기농림진흥재단(이하 농림재단)은 올 2월 공공형 도시농업 조성사업을 하겠다며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공모에 나섰다. 공모에는 도내 3개 지자체가 응모했고 이 가운데 안양 박달동 일대 1,755㎡ 부지를 5년 동안 주말농장 등 도시농업지로 쓰겠다는 안양시 신청안이 최종 선정됐다. 농림재단은 선정 사업지에 대해 1억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해당 사업지는 최 전 의원의 장인인 원모(85)씨가 논농사를 짓다가 수년 전 포기해 습지로 변한 곳인데다 군사보호구역 안이어서 공모 심사 주요 기준이었던 접근성도 떨어지는 곳이었다. 안양시는 더군다나 6,000만원이나 들여 객토를 통해 버려진 논을 밭으로 바꿔줬다. 관련법 상 매년 50cm 이하 높이의 객토만 가능하지만 해당 토지는 한꺼번에 2m 가량 객토되고 지목도 밭으로 변경이 가능해 지가 상승 요인까지 얻게 됐다.
또 시는 공모사업에 선정되고 한 달이 지나서야 땅을 사용하겠다고 협약했는데, 협약 대상은 땅 주인인 원 씨가 아닌 도시농업 관련 A단체였다. A단체의 운영위원장은 최 전 의원의 아내가 맡고 있다. 이 단체는 올 1월 1일 땅 주인으로부터 5년 동안의 토지 사용승낙을 받았고 도시농업단체로 등록도 하지 않다가 시와 협약 직전에 갑자기 등록했다.
농림재단이 이 사업을 하게 된 계기도 특혜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농림재단의 올해 사업계획에 도시농업 공모사업은 있지도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농림재단에 대한 도의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이 사업을 하라고 도의회가 역으로 제안해 사업비가 세워졌다. 또 시는 사업지를 선정하기에 앞서 최 전 의원과 수 차례 통화하고 만나 논의했다.
안양시의회 음경택 의원은 “사업지 선정 과정이 사전에 각본에 맞춰진 듯 맞아 떨어진다”며 “공적 자금이 특정인의 토지를 개발하는데 쓰인 엄연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양시 관계자는 “안양지역에 주말농장 등을 할 수 있는 농업용 부지가 많지 않아 해당 토지를 선정했을 뿐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면서 “최 전 의원이 당시 농림수산위원이다 보니 농업 관련 업무로 자주 연락은 했지만 공모사업과 관련해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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