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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빌려 사는 설움

입력
2014.12.0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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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난민이라 부를까. 전셋집이 품귀 상태다. 우린 유목민이 아니다. 부유 생활이 즐거울 리 만무하다. 다만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 주거비마저 비싸면 거리에 나앉아야 한다. 집주인 사정은 부차적이다. 사는(buy) 값보다 사는(live) 비용이 주거 문제 해결 관건이다. 지난달 서울 삼성로 은마아파트 상가 부동산 중개소 앞에서 한 주민이 시세표를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오죽하면 난민이라 부를까. 전셋집이 품귀 상태다. 우린 유목민이 아니다. 부유 생활이 즐거울 리 만무하다. 다만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 주거비마저 비싸면 거리에 나앉아야 한다. 집주인 사정은 부차적이다. 사는(buy) 값보다 사는(live) 비용이 주거 문제 해결 관건이다. 지난달 서울 삼성로 은마아파트 상가 부동산 중개소 앞에서 한 주민이 시세표를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왜 집을 안 살까. 가져봐야 손보는 데 성가시고 세금까지 붙어설까. 아닐 거다. 빌려 살면 섧다. 정주는 본능이다. 목돈이 없을 뿐이다. 넘치는 집을 세놓게 하자. 대신 갑질은 막자.

‘미친 전셋값’ 소식에 불안했다. (…) 불안은 현실이 됐다. 며칠 전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더니 시세대로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한다. 2년 전에 견줘 무려 30%나 오른 값이다. (…) 얼마 전 만난 서울의 한 구청장은 매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25%가 이사를 한다는 사실을 얘기해줬다. (…) 이렇게 이동이 잦다 보니 마을공동체 만들기 등 장기적인 정책이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실제 2012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3%가 전월세 임차가구며, 이들이 현재 집을 기준으로 평균 거주햇수는 4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집으로 이사 온 이유로 ‘직전 주택의 전월세 계약 만료’라는 비자발적 요인을 가장 많이 꼽았다. 주거 불안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낮은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 더 걱정스러운 것은 매번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정부가 매매시장 활성화로 부동산 정책을 이끌어 오는 가운데,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불안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적은 전세는 집값의 70%를 훌쩍 넘어섰고 심지어는 90%에서 이른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저금리에 따른 임대인의 월세 선호로 전세 물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많은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금과 월세를 섞는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고 있다. 전세금이 오르고 물량이 부족하면 당연히 매매 수요로 바뀔 거라는 정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빚내서라도 집을 살 여력이 있는 가계가 많지 않다는 현실을 정부가 외면한 결과다. 세밑 여의도 국회에서는 부동산 관련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주거안정을 위한 법안은 몇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 늦었지만 이제라도 부동산 정책은 매매 중심에서 주거안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 전월세 상한제를 포함한 주거안정법안은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국민행복시대’를 위한 모범답안이다. 정답을 알고도 정치적 논리로 그릇된 선택을 더 이상 하지 않길 바란다.”

-주거불안 이대로 방치할 건가(한겨레 ‘싱크탱크 시각’ㆍ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 전문 보기

“전셋값이 집값의 70%를 넘어서면 매매수요로 전환된다던 부동산시장의 불문율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서울에서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선 아파트단지가 속출해도 전셋값에 돈을 보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드물다. 왜 그럴까. 원인은 한 가지다. 모두가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주택을 소유해서 거주하는 자가주택의 거주비가 전세로 사는 것보다 비싸고, 그 주택을 전세로 내주면 집주인은 손해를 본다. 여기서 간단한 셈을 한번 해보자. 시가 10억원짜리 내 집에 사는 사람의 주거비는 그 돈을 금융상품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나 마찬가지다. 기대수익률을 5%로 잡으면 대략 연간 5000만원(월 417만원)을 주거비로 부담하고 사는 셈이다. 만일 이 집에 7억원의 전세금(전세가율 70%)을 주고 산다면 주거비는 연간 3500만원(월 292만원)이다. 한눈에 봐도 전세로 사는 게 백번 유리하다. 물론 전세로 살다 보면 2년마다 집을 옮기거나 전셋값을 올려줘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주거비 부담은 현격하게 작다. 반면에 자가 소유의 경우 재산세와 유지보수비까지 더하면 주거비는 더욱 비싸진다. (…) 순수하게 시장원리로만 보자면 전셋값이 집값과 같거나 오히려 높아야 정상이다. (…) 사실 전세 제도는 과거 주택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가 충만하고, 대출받기가 어려웠던 시절에 등장한 독특한 주택 임대차제도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면 집값이 올라 (앞서 언급한) 주거비 차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자본이득을 거둘 수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하는 임대차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전세제도의 대전제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모두가 집값이 안 오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세 시장에는 급격한 수급불균형이 빚어지고 급기야 ‘전세대란’이니, ‘미친 전세’니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세가율의 상승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의 하락과 정확히 맞물린다. (…) 그동안 최경환 경제팀의 주택정책은 각종 규제를 풀어 주택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면 주택 거래가 늘고 집값도 오를 것이란 구도에서 추진됐다. 과거에 흔히 쓰던 전형적인 경기부양책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고 주택 수요도 줄어든다는 걸 다 안다. 이 판에 부양책을 쓴다고 집값이 오를 리가 없고,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주택수요는 더 줄어든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게 하겠다는 주택정책은 실패했다. (…) 그렇다면 이제는 주택정책의 목표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집값 띄우기를 포기하는 대신 국민들의 주거 안정에 주택정책의 초점을 맞추라는 얘기다. 집값의 등락만 쳐다볼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이란 환상에서도 깨어나야 한다. 내 집이든, 남의 집이든 값싸게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 그러자면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뿐 아니라 개인 임대사업자들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집 한 채에 발목이 잡혀 있는 은퇴·노후세대들이 활발하게 임대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집값이 아니라 주거비를 따져라(12월 3일자 중앙일보 ‘세상읽기’ㆍ김종수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맹신을 부르는 건 불신이다. 선왕을 흉탄에 여읜 공주는 와신상담한 끝에 왕좌를 되찾았다. 아무나 방에 들이지 못한다. 낯선 이와 비밀을 나눌 순 없다. 사가 공이고 왕이 곧 나라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미국에서 권력핵심과 통하는 문고리 권력을 가진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언제든 편하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이 1973년 생인 새파란 그를 실세로 부르는 까닭이다. 그가 핫라인이 된 건 2005년 상원의원에 오른 오바마의 보좌관으로 일한 인연 덕이다. 권력의 곁을 지켜야 측근이 되고, 권력 주변을 그들로 둘러치는 것은 모든 권력의 속성일 것이다. 다만 오바마는 그들을 비공식 라인에 두지 않았고, 측근들도 오바마 주변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 리퍼트 대사도 오바마 주변을 떠나 해군에 입대, 전쟁터인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었던 베테랑이다. 측근들이 문고리나 꼭 잡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 국익은 안중에도 없고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만 배부르게 한다는 말은 지금 여당이 야당일 때 당시 대통령 측근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래도 이전에는 측근으로 이뤄진 실세, 비선라인이 공적 시스템과 경쟁하다 나중에 흡수되는 게 보통이었다. 검찰 수사로 이어진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을 둘러싼 이번 사태는 그런 점에서 전과 양상이 많이 달라 보인다. 소위 찌라시 수준은 빼고,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봐도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만큼 비선, 측근, 주변인사들의 힘이 세다. 솔직히 이번 사태를 보며 정확히 이해할 수 없던 저간의 사건, 시중의 풍문들 가운데 심증을 굳힌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이번이 아니었다면 대통령을 15년 간 모셨다는 이재만이 누구길래 사기범이 그의 이름을 팔아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는지 몰랐을 것이다. 또 그 덕분에 수첩인사로 비난 받던, 숱한 인사 참사들도 ‘바로 그런 거였구나’하고 무릎을 치게 됐다. 이번 사건이 아니었다면 그림자 권력이 커지다 보니 장관 중에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들도 단순 억측이려니 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사익을 공익으로 위장할 수 있는 게 측근 권력이고, 갈등이 터지면 자기에 유리한 방향으로 권력을 움직이는 게 지금의 측근 정치일 것이다. 권력이 사적 라인을 구축하는 것을 뭐라 할 일은 아니다. 그로 인해 공적 라인이 무력화되고 암투까지 벌인다면 무엇이 사익이고, 무엇이 공익인지 알 길이 없게 된다. 질서를 잡기 위해 시위현장에 치는 폴리스 라인을 청와대 권력에 서둘러 둘러쳐야 할 것 같다.”

-미국과 한국의 문고리 권력(한국일보 ‘편집국에서’ㆍ이태규 기획취재부장) ☞ 전문 보기

“정윤회 씨를 둘러싼 문건 파문은 정권의 불행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문건 유출이 아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의 평상시 업무 스타일과 위기관리 능력에 관한 문제다. 이 정권이 숱한 인사참사만 빚지 않았어도 이토록 커질 문제가 아니었다. 국민들은 이 사건을 보며 그토록 궁금했던 인사실패, 인사갈등, 인사지체의 원인이 수첩만이 아니라 십상시의 개입이나 사리(私利)를 탐한 저차원의 권력다툼 때문이 아니었을까 의심한다. (…) 이번 사건의 당사자들이 한결같이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심지어 아무 직책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불쾌하다. 잘못을 저지르는 데 직급과 직업이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이 세상을 흔드는 것을 보며 모욕감을 느낀다. 사실과 관계없이 대통령과 가까운 비서관이라면 커튼 뒤에서 중요한 국정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이 문제인 것이다. (…) 작은 문고리 3인방은 정리해야 한다. 그들은 이미 너무 많은 먼지를 뒤집어썼다.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찌라시 때문이라 하더라도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 그들이 없으면 불편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비난은 피해야 한다. 큰 문고리 김기춘 비서실장에게도 ‘자유’를 줘야 한다. 그는 할 만큼 했고 이번 문건 파동에서도 상처를 입었다. 이쯤에서 그를 ‘희생양’ 삼아 비서실을 일신하는 모양새를 취해도 대통령을 비난할 사람은 없다. (…) 문고리를 바꾸는 김에 아예 문짝까지 갈았으면 한다. 검게 선팅된 방탄유리를 뜯어내고 창호지를 바른 문짝으로 말이다. 전부 보여줄 필요는 없으나 그래도 사람의 움직임 정도는 감지할 수 있게 하고, 바람이 통하게 몇 군데 구멍도 뚫어놓고, 계절 따라 버들잎이나 단풍잎도 몇 장 붙여놓으면 좋지 않겠는가. 그게 이 시대의 소통이라고 믿는다. 문짝은 아무나 바꾸지 못한다. (…) 오로지 주인만이 할 수 있다.”

-문고리가 아니라 문짝이 문제다(동아일보 기명 칼럼ㆍ심규선 대기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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