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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다이어리<80>선수를 보는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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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다이어리<80>선수를 보는 관점

입력
2014.12.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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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링그린에 온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 간다. 이곳에서 초등 학교 선수부터 시작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들과 교육 리그에 참가한 마이너 리그 선수들까지 보고 느낀 점을 써 보려고 한다.

내가 다닌 길동 초교, 장충 중고 시절에는 보통 30명 이상의 선수들이 있었고 그렇다 보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20여명의 선수들은 게임 관전이 주된 일이었다. 알다시피 한 팀에 주전은 거의 정해져 있으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선수가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였을 정도로 어려운 현실이었다. 연습 때부터 주전과 비 주전의 연습 방법은 차이가 있었으며 저학년 선수들은 보조 역할이 전부였다. 당연히 기량 향상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지도자들이 했던 이야기들은 주로 최선을 다하고 스윙이나 수비연습을 많이 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때 의문이 들었던 것이 하루에 스윙을 또는 수비 연습을 얼마나 많이 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지, 과연 그 양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등이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가끔 와서 들려 주던 이야기 중의 하나가 스윙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허리가 한쪽으로 휘었다는 웃지 못할 ‘무용담’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프로에서 명성을 얻거나 성공하기보다 주로 중도에 그만 두고 개인 사업을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허리가 휠 정도로 연습을 했던 것이 부족했다는 것이란 말인가? 아니면 재능이 없었다는 것인가?

내가 야구 선수생활을 하며 항상 마음 속에 자리잡았던 것 중의 하나가 야구가 잘 안되면 분명히 연습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날 더 연습을 하려고 했고 혹 아프기라도 하면 정신력이 약해서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더 연습을 했었다. 예를 들어 내야 펑고(내야 땅볼 훈련)를 받는 훈련을 할 때 볼을 잡다가 놓치면 바로 코치님에게 불려 들어와서 체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 보니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잡는 것에 온 집중을 해야만 했다. 체벌을 받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볼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 훈련 방법이 좋고 나쁨에 대한 논란을 떠나서 볼을 놓치게 되면 신체적으로 강한 아픔이 온다는 메시지를 주어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볼을 놓쳐서 체벌을 받는 선수는 항상 정해져 있는 것이 이상했다. 매일 같은 훈련을 하는데 매번 놓치는 선수가 놓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나중에는 노이로제 증상까지 나타나며 기량 향상은 고사하고 퇴보하거나 운동을 그만두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 이것이 연습을 게을리해서라고 단정짓기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곳 선수들과 비교해 보면 여기에서도 내야 펑고 시간에 놓치는 선수들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역시 놓치는 선수가 계속해서 놓치는 경우는 비슷하다. 하지만 접근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는 놓치는 것에 대한 체벌은 전혀 없다. 대신에 왜 놓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는 분명히 설명을 해준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게 되면 원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고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미국에 있는 야구 코치들이라고 전부다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실수를 하거나 야구를 잘 못하면 연습 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노력을 한다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초, 중, 고, 대학교와 프로까지 사실 비 주전 선수가 갑자기 튀어 나와 팀의 간판 선수로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는 있지만 확률적으로 봤을 때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국 재능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곳 학생 야구선수들의 교육 목표는 이 선수의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를 찾는 것이며 과연 이 선수가 스스로 본인의 재능을 찾을 수 있느냐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을 2~3시간으로 정해서 같은 시간을 훈련하고 게임 했을 때 선수의 기량을 확인하고 계속해서 야구 선수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다른 길을 찾게끔 할 것인지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다.

그 결정을 내리는 기준이 감독이나 코치, 부모의 판단보다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야구를 못하면 가장 크게 실망하고 속상한 것은 선수 본인일 텐데 우리는 선수가 못하면 코치나 감독의 무능력함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보니 선수들에게 화가 나고 더 혹독한 훈련을 시켜 다음 시합에서는 반드시 이기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이곳 볼링그린에서도 야구 선수들의 실력은 천차만별이며 정말 야구 선수 같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그 선수들에게도 질책하기보다는 다시 기회를 부여해 스스로의 실력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 부분이 바로 다른 선수들과 같은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량이 떨어지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 부모님들이 코치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나 종교적인 힘에 의지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선수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 야구 선수로 성장시키고 또한 사회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좋은 대안이 아닌가 싶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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