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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불문율 허문 추일승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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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불문율 허문 추일승 감독

입력
2014.12.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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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불문율 허문 추일승 감독

5일 전주에서 열린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스의 경기. 오리온스의 92-63 대승으로 끝난 뒤 추일승(51) 오리온스 감독은 악수를 나누기 위해 벤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허재(49) KCC 감독은 이미 라커룸으로 향했다. 당황한 추 감독은 상대 코치진과 악수를 대신했다.

프로농구에서 경기 종료 후 감독 간의 악수는 정례화된 매너다. 하지만 허 감독이 이를 거부한 이유는 경기 종료 직전 발생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추 감독은 81-61, 20점 차로 크게 앞선 경기 종료 3분47초 전 작전 타임을 요청했다. 허 감독은 황당한 표정으로 오리온스 벤치를 쳐다봤다.

프로야구처럼 프로농구에도 엄연히 불문율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모든 스포츠를 막론하고 가장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승부가 확연히 기울었을 때 이기고 있는 팀의 오해를 살 만한 처신이다. 크게 앞선 팀이 4쿼터 막판 작전 시간을 부르는 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 야구에서 9회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 놓고 투수 교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추 감독은 7일 서울 SK전을 앞두고 이에 대해 “팀이 워낙 안 좋아서 다시 경기 운영을 정리하기 위해 작전 시간을 불렀다”면서도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내가 어떻게 말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갖고 정리가 된 뒤 내 의견을 밝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허 감독 본인도 지금은 서운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언급하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며 본의 아니게 불문율을 어긴 점을 어느 정도 시인했다.

미국프로농구(NBA)에는 이른바 ‘쓰레기 타임’(garbage time)이란 게 있다. 스코어가 크게 벌어진 4쿼터에 주전을 빼고 백업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이다. 국내 프로농구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라기보다 이기고 있는 팀 주전들의 체력 안배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이 밖에도 승부가 정해졌을 때 마지막 공격은 하지 않는 것, 상대를 조롱하는 세리머니를 금지하는 것 등이 프로농구의 불문율이며 이는 수치로 계량화할 수 없는 암묵적인 합의다. 불문율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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