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되고 있는 항암제 성분 ‘이마티닙’이 65세 이상 노인에게 실명을 일으키는 원인인 당뇨성 망막부종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연구를 주도한 아주대 약대 서원희 교수팀은 “정액기술료 15억원과 매출에 따른 경상기술료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이 기술을 국내 천연물의약품 연구개발기업 YD생명과학에 이전했다”고 8일 밝혔다.
이마티닙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주요 성분. 최근 특허가 만료돼 이를 복제한 약(제네릭)들이 잇따라 출시되기도 했다. 서 교수팀은 이마티닙이 생체 내에서 줄기세포 기능을 촉진시키는 특정 단백질(사이토카인)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당뇨성 망막부종에 걸린 실험용 쥐에게 투여해봤다. 당뇨성 망막부종은 당뇨병 환자의 망막에서 혈관이 약해져 혈액이 새어 나오면서 부어오르는 병이다. 사이토카인이 바로 망막의 혈관 누수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낸 서 교수팀이 이마티닙으로 사이토카인을 억제해본 것이다. 실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쥐의 망막부종 증상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당뇨성 망막부종 치료제 시장은 2010년 1조3,000억원 규모였으나 2018년에는 2조6,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9%의 높은 성장률이다. 그러나 현재 치료제는 오래 사용하면 심혈관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 데다 1회 투여 비용이 150만원으로 매우 비싸다.
서 교수는 “이번 기술은 이른바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의 사례”라며 “먹는 약으로 만들 수 있어 눈에 직접 주사해야 하는 기존 치료제의 단점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신약 후보로 연구되다 유효성이나 편의성, 지속성 등의 이유로 개발이 중단된 성분이나 이미 처방되고 있는 약 성분에서 새로운 용도를 찾는 신약 재창출은 최근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신약개발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