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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캐롤', 약탈... 시들지 않는 검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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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캐롤', 약탈... 시들지 않는 검은 분노

입력
2014.12.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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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는 소년 가사 바꿔 부르며 美 전역서 항의 시위 이어져

"오바마 취임 후 인종갈등 악화" 미국인 절반 이상이 답해

비무장 흑인을 체포,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숨지게 한 백인 경관들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7일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비무장 흑인을 체포,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숨지게 한 백인 경관들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7일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도~와줘요. 파 라팜팜팜. 숨 쉴 수 없어요. 파 라팜팜팜~”

뉴욕 시민들이 크리스마스캐롤 ‘북치는 소년’의 가사를 바꾼 ‘정의의 캐롤’(Justice Carol)을 합창하는 등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7일에도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대부분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캘리포니아 주 일부 지역에서는 인근 상점에 대한 약탈 등 폭력사태도 벌어졌다.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뉴욕, 워싱턴 등에서 주말 내내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특히 뉴욕 펜 스테이션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성탄절이 다가오는 것에 맞춰 ‘정의의 캐롤’을 함께 부르며 시민들의 평화로운 시위 동참을 유도했다. 경찰의 ‘목 조르기’ 연행으로 숨진 에릭 가너의 어머니 그웬 카는 “아들 죽음에 대한 항의의 뜻을 시민들이 평화 시위로 보여주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시카고 등에서도 일부 시민이 경찰 폭력에 숨져 쓰러진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다이 인’시위에 나선 것을 빼면 평화 시위가 이어졌다.

비무장 흑인을 체포,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숨지게 한 백인 경관들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7일시카고에서 시위자들이 도로에 누워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무장 흑인을 체포,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숨지게 한 백인 경관들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7일시카고에서 시위자들이 도로에 누워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상점이 약탈되고 시위대와 경찰에 돌을 던지는 폭력 사태가 빚어졌다. 버클리에서는 6일 밤 일부 시위대가 돌변, 식료품 가게와 은행 유리창과 문을 부수고 난입했다. 돈을 꺼내려고 자동입출금기(ATM)를 부수는 장면도 목격됐다. 시애틀에서도 시위대가 경찰청까지 행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저지하자 돌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7명이 체포됐다.

한편 미국인 절반 이상은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인종 갈등이 오히려 악화했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악화했다’고 답변했고, 36%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아졌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특히 백인 응답자는 56%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비무장 흑인을 체포,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숨지게 한 백인 경관들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7일 마이애미에서 한 시위자가 테이프로 입을 맞은 채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비무장 흑인을 체포,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숨지게 한 백인 경관들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7일 마이애미에서 한 시위자가 테이프로 입을 맞은 채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응답자들은 시위를 촉발한 주요 두 사건의 대배심 결정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취했다.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흑인 청년 피격 사건의 불기소 결정에는 52%가 ‘찬성’한 반면, 뉴욕의 에릭 가너 사건 처리 방식에는 60%가 ‘반대’ 의사를 보였다. 특히 백인은 미주리 결정에 대해 64%가 지지를 표명했으나, 뉴욕 주에는 32%만 동의했다. 흑인은 두 사건 모두에서 90% 이상이 ‘대배심 결정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흑백 갈등이 심화되고 전국에서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 “하룻밤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흑인 케이블 채널 ‘베트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와 우리 역사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그 동안 진전을 이뤘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번 사건을 우리 모두의 고통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나라의 누군가가 법에 따라 공정하게 대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문제이며,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내 의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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